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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 ‘디폴트’ 피했지만 여전한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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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 ‘디폴트’ 피했지만 여전한 ‘폭탄 돌리기’

입력
2021.10.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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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미룬 이자 984억 원, 디폴트 이틀 전 갚아
다음주 또 고비...연내 남은 이자만 6200억 원?
내년부턴 원금도 상환해야...금융부채 눈덩이
자회사 3조 원 지분 매각 무산,1500억 손배소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가 지은 베이징의 아파트 복합단지 앞에 연주하는 장면을 담은 조각이 설치돼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가 지은 베이징의 아파트 복합단지 앞에 연주하는 장면을 담은 조각이 설치돼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그룹이 22일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넘겼다. 한 달을 미루던 이자를 지급기한 이틀 전 갚아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불안한 ‘폭탄 돌리기’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연말까지 내야 할 이자만 네 차례 남았고, 내년부터는 채권 원금도 상환해야 한다. 일단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헝다가 급속도로 가중될 청구서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헝다가 전날 달러화 채권 이자 8,350만 달러(984억 원)를 수탁기관인 시티은행에 송금했다”며 “채권 보유자들이 23일 전에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헝다는 지난달 23일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기술적 디폴트 상태로 30일 유예기간을 적용받아 왔다. 만약 23일까지 이자를 갚지 못했다면 공식 디폴트로 접어들 상황이었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채권자들은 지급 기일에 상관없이 언제든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있다.

헝다그룹 올해 남은 이자지급 일정. 그래픽=송정근 기자

헝다그룹 올해 남은 이자지급 일정. 그래픽=송정근 기자


헝다의 총부채는 356조 원에 달한다. 전 세계 부동산업체 가운데 가장 빚이 많다. 6월 말 기준 헝다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채는 105조 원, 이 중 44조 원은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헝다가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16조 원)의 3배에 이른다. 내년부터 채권 만기가 시작돼 원금도 갚아야 하는 부채는 2022년 77억 달러(9조 원), 2023년 108억 달러(12조7,000억 원)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당장 일주일 후가 또 고비다. 29일 4,750만 달러(559억 원) 채권 이자를 갚아야 한다. 지난달 이미 지급을 30일 유예한 터라 돈을 내지 못하면 디폴트다. 내달 11일에도 유예기간이 끝나는 1억4,800만 달러(1,744억 원)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내달 6일에는 8,200만 달러(966억 원), 12월 28일에는 2억5,500만 달러(3,004억 원) 이자 지급 기일이 예정돼 있다. 연말까지 남아 있는 이자비용만 5억3,250만 달러(6,273억 원)에 달한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ㆍ우리의 금융감독원)는 21일 헝다 부채위기와 관련 “개별 기업의 문제”라며 “업종이나 기업 전체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어발식 확장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헝다를 구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은보감회는 동시에 “법치화, 시장화 원칙에 따라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위험 해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주택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헝다 파산을 방치했다가 단기 충격에 경제가 위협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아야 한다는 고민이 담겼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헝다가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이자 상환으로 일부 안도감을 줬다(로이터)”는 평가에도 불구, 상황은 여의치 않다. 헝다는 자회사 헝다물업 지분을 부동산 개발업체 허성촹잔에 넘겨 3조 원을 확보하려다 거래대금 지급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끝내 불발됐다. 오히려 허성촹잔은 “헝다가 계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10억 홍콩달러(1,516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할 참이다. 미국 CNBC는 “헝다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 방법을 찾겠지만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이 훨씬 많다”고 전망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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