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초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을 못박은 가운데 재택치료 중이던 코로나19 환자가 갑자기 증상이 악화해 숨지는 일이 처음 발생했다. 병원 이송이 늦어졌고 확진자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무증상, 경증 확진자 중심으로 재택치료 선택이 늘고 있는 가운데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택치료 확대 방침은 유지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 본격 시행 전 환자 응급 이송 체계를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확진자 정보 공유, 구급차 준비 지체
22일 방역당국과 서울 서대문구청 등에 따르면 서대문구에서 재택치료 중이던 코로나19 환자 A(68)씨가 전날 오전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와 끝내 숨졌다. A씨는 사망 전날인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무증상이었고 기저질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데다 나이가 많아 위험이 컸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보건소가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권했으나, 환자가 재택치료를 원했다"고 전했다. 재택치료 대상자를 분류할 때 예방접종 여부는 확진자가 70세 이상일 때만 감안한다.
사망 당일 A씨의 부인은 남편이 의식이 떨어지고 기력이 없다며 오전 6시 51분 119에 신고했다. 이후 서대문소방서의 일반 구급차가 오전 7시 5분 도착했고, 이어 종로소방서의 코로나19 전담 구급차가 오전 7시 30분 현장에 왔다. 그 사이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했고, 구급대원들은 응급조치를 하면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A씨는 병원 도착 후 오전 9시 30분 사망했다.
재택치료자에게는 응급 상황이 생길 때 갈 병원이 지정된다. 그러나 구급대는 A씨가 재택치료자라는 정보를 공유받지 못해 자가격리자인 줄 알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병원 선정을 요청했다. 서순탁 서울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장은 "병원 선정을 기다리는 중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음압 장비를 갖춘 코로나19 전담 구급차는 감염 방지를 위해 내부를 특수필름으로 감싼다(래핑). 그런데 신고 당시 전담 구급차에 이 조치가 돼 있지 않아 약 20분이 걸리는 래핑을 하고 나서 출동해야 했다. 결국 확진자 정보 공유와 전담 구급차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 이송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백신을 맞지 않은 고령 환자를 본인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재택치료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재택치료를 하던 환자나 보호자가 급박한 상황에서 사전에 안내된 전담병원이 아닌 119에 신고해도 환자 상태를 신속하게 확인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송 인력이 방호복을 입었는데도 구급차에 래핑까지 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대상자 분류와 모니터링 등을 다시 챙겨보고, 재택치료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했을 때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11월 초 식당·카페 운영 제한 풀린다
준비 상황은 아직 불안한데, 위드 코로나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제2차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회의에선 11월 초 식당·카페 같은 생업시설의 운영시간 제한 해제를 검토하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유흥시설 같은 일부 고위험 시설은 접종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시하는 '백신패스'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오는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 관련 2차 공개토론회'에서 '점진적 위드 코로나'를 재차 주문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1월 초 1단계로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풀고, 12월 초 2단계로 대규모 행사를 허용한 뒤 내년 1월 3단계로 사적모임 제한을 없애자는 단계적 방안을 제시했다.
중환자 의료 인프라 확대 필요성도 나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을 전담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향후 2, 3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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