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임기 내 추진 어려워 보인다"
내년 대선 앞두고 부동산 가격 요동 우려
차기 정부 추진 위한 '징검다리' 역할 모색
문재인 정부 임기 중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는 내년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대규모 공공기관 이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최근 정부 관계자들에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임기 내에 추진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임기 말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할 동력은 작고,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부담은 크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이 대규모 지방 이전할 경우 서울·경기 지역 부동산 가격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우려다. 이전 대상인 공공기관 직원들의 반발도 부담 요인이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의 이반이 나타나거나 지방자치단체 간 공공기관 유치 경쟁이 격화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2017년 대선에서의 문 대통령 공약이었다. 이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8년 9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 이전'을 공식화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논의의 진척이 없었다.
청와대는 임기 내 무리한 지방 이전을 추진하기보다는 차기 정부가 조기에 추진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확정하되, 실제 이전은 다음 정부로 넘기는 방안 △이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부 공공기관만 이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제반 여건을 고려해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손을 놓는다면 재추진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 2005년 350여 개 수도권 공공기관 중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국민연금공단 등 153개 기관을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 등으로 1차 이전을 완료했다. 2차 지방 이전은 수도권에 남은 100여 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인데, 한국은행, 산업은행,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