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첫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지만 고도 700㎞까지 정상비행을 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로써 우주개발 각축전에 뛰어들 최소한의 능력을 확보했다.
'얼마나 진보한 우주과학 기술을 보유했느냐'가 선진국의 척도가 된 시대다. 세계 각국은 독자 개발 로켓에 위성을 실어 지구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달과 화성은 물론이고 수성과 태양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달려들었다.
민간에서는 돈을 내고 우주여행을 하고 우주에서 영화도 촬영한다. 주인 없는 무한한 영토를 선점하기 위해 전 세계가 벌이고 있는 치열한 '스타워즈'에 우리나라도 비로소 한 발을 내디뎠다.
민간 우주여행, 화성 개척 본격화하는 미국
22일 과학계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우주개발에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기술적으로도, 예산 규모로도 그렇다. 미국은 우주개발을 이원화하고 있다.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정부는 심우주(deep space) 탐사에 주력하고, 민간 부문은 근우주 중심의 시장 개발에 집중하는 식이다. 미국 정부의 우주 분야 지출은 지난해 477억 달러(약 56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 중 49%가 민간에 할당됐다.
미국에서는 이미 민간 우주관광에도 불이 붙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블루 오리진 등 민간 우주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우주 관광선을 쏘아 올리고 있다.
1969년 '아폴로11호'로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은 50여 년 만에 달 유인 탐사도 추진 중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2024년 유인 달 착륙에 성공한 뒤 2028년까지 심우주 탐사를 위한 달 기지 '루나 게이트웨이'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2030년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 달을 근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최근 인류 최초로 목성 소행성에도 탐사선을 보냈다.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속도 내는 중국... 태양 탐사도
중국도 '우주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45년 우주 최강국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유인 우주선 발사뿐 아니라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구소련,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2019년 달 후면 우주선 착륙을 세계 최초로 해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지난 16일에는 독자 우주 정거장 '톈궁(天宮)' 건설을 지원할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13호'를 발사했다. 이들은 우주정거장 모듈 '톈허(天和)'에 도킹한 뒤 6개월 동안 우주에 머무르게 되는데, 중국의 우주 도전 역사상 최장 기간 체류다.
화성과 태양 탐사의 역사도 새로 쓰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탐사선 '톈원(天問)'을 보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성에 착륙했다. 궤도 진입과 착륙, 지표면 탐사를 한 번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에는 태양 탐사위성 '시허(羲和)' 발사에도 성공해 세계 최초로 태양 폭발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수없이 발사했기에 가능..." '축적된 실패' 필요
화려한 우주 대전의 이면에는 '축적된 실패'란 공통점이 있다. 스페이스X도 2006년 시작한 '팰컨1' 발사를 연이어 세 차례 실패했다. 당시 스페이스X는 파산 직전까지 갔지만 머스크는 "우리에게는 실패도 하나의 옵션이다. 실패가 없으면 제대로 된 혁신도 없다"며 도전을 계속했다.
우주개발은 극한의 도전이 필요한 분야다. 각국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예산을 늘리고, 실패에 굴하지 않고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이유다. 후발국인 우리나라는 누리호를 통해 이제 명함을 내민 수준이다. 앞에 놓인 길은 하나뿐이다. 수많은 실패를 겪고, 그 실패를 발판 삼아 조금씩 전진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어도 미국과 중국 역시 성공보다 실패의 역사가 더 많았을 것"이라며 "우주는 지구와 달리 공기와 압력이 희박한 환경이기 때문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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