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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를 공공장비처럼" 위드 코로나, 중환자 살릴 네 가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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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를 공공장비처럼" 위드 코로나, 중환자 살릴 네 가지 대책

입력
2021.10.25 09:30
수정
2021.10.25 10:3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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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에크모 네트워크' 시작... 활용도 높이자
②호전된 중환자 '회복기 병원'으로 보내자
③재택치료 위한 '권역별대응센터' 만들자
④중장기적 '의료인력 양성' 놓치지 말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중순 경기 성남시의료원. 한 코로나19 중환자가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 빨리 인공심폐장치 ‘에크모(EMCO)’를 달아야 했는데, 원내에 1대뿐인 에크모는 이미 사용 중이었다. 박준석 흉부외과 과장은 급히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에 연락했다. 학회는 긴급회의와 질병관리청 협의를 거쳐 반나절 만에 경기 평택의 한 병원에 있는 에크모를 성남시의료원으로 옮겼다.

환자는 에크모에 의지해 2주 이상 생명을 유지했지만, 안타깝게도 숨지고 말았다. 그래도 박 과장은 “에크모 지원이 없었으면 아무런 손을 쓸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공공의료자원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원된 에크모는 성남시의료원에서 또 다른 환자의 생명을 열흘 넘게 지켜주고 있다. 박 과장은 “회복기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꼭 살려내겠다”고 했다.

'에크모 네트워크' 같은 시스템을 만들자

25일 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중환자를 더 많이 살리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에크모 공유 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있다. 전국 에크모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병원에 보내주는 급히 보내주는 시스템으로, 정식 명칭은 ‘에크모 신속지원협의체’다.

에크모는 심폐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준다. 에크모가 필요한 환자는 에크모가 없으면 대부분 사망한다. 하지만 대당 가격이 1억 원이 넘는 데다, 장비 자체가 민감해 한 번 설치 뒤엔 이동이 쉽지 않다. 떼어내고 옮기고 다시 설치하는 데 전문업체까지 동원한다. 전국 병원에 있는 에크모는 모두 407대. 이 가운데 우선 병원 48곳에 있는 58대의 에크모를 대상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됐다.

4차 유행이 고개를 들던 지난 7월 말 협의체가 출범한 이후, 에크모가 필요한 중환자가 8월에 66명까지 역대 최대치로 불어나면서 에크모 네트워크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지역의 작은 병원에서도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에크모를 공공장비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북삼성병원 코로나19 병동에 설치돼 있는 ‘에크모(ECMO)’. 심폐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중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비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강북삼성병원 코로나19 병동에 설치돼 있는 ‘에크모(ECMO)’. 심폐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중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비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네트워크를 통한 실제 에크모 이송은 지금까지 총 9번 이뤄졌다. 김옥수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자원지원팀장은 “네트워크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11~12월 중 에크모를 국고로 추가 구입해 여분을 준비해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이 예고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에크모 네트워크 같은 시스템을 갖추어 두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한동안 확진자 증가, 그로 인한 중환자의 증가도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최악의 경우 하루 중환자가 3,000명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이를 감당해내려면 원활하고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위기 넘긴 중환자 위한 '회복기병원'을 만들자

우선 코로나19 중환자가 지금처럼 300~400명대를 유지한다면 어떻게든 버텨내겠지만, 더 이상 늘면 어렵다. 피해는 연쇄적이어서 코로나19 중환자를 넘어 다른 중환자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박성훈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병상의 1.5%를 코로나19 중환자용으로 쓰라는 정부 지침 이후 코로나19 이외 중환자를 보는 인력이 줄었다"고 전했다. 일부 중환자는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지난해부터 '중환자 거점전담병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보영 순천향대 서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자원을 전담병원에 모아놓고 필요에 따라 각 병원 중환자 의료진을 투입하는 시스템이 효율적"이라 말했다.

21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 중환자실에서 이영석(왼쪽)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와 이상욱 중환자실 책임간호사가 코로나19 환자를 살피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21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 중환자실에서 이영석(왼쪽)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와 이상욱 중환자실 책임간호사가 코로나19 환자를 살피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중환자실 운용에 당장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는 '회복기 병원' 개념 도입도 필요하다. 이영석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위급한 시기를 넘겨 중환자실에 있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이 중환자 병상을 많게는 30~40%나 쓰고 있다”며 "이들을 회복기 병원으로 보내면 위중한 환자를 더 많이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를 '권역별대응센터'로 바꾸자

위드 코로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에 대한 재택치료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 위협은 낮아졌으니 큰 증상이 없는 확진자의 경우 집에서 치료하는 방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재택치료 내용도 생활치료센터와 똑같다.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등을 받은 뒤 측정 기록을 스마트폰 안전보호 앱에다 입력한다. 보건소 직원 등이 하루 2번 정도 전화나 앱으로 상태를 확인한다. 이상하다 싶으면 생활치료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의사가 비대면 상담 등을 진행, 약을 처방하거나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긴다.

이렇게 되면 위드 코로나가 된다고 해서 무증상, 경증 환자에 대한 부담이 마냥 줄어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고령자 등 고위험군이나 주거환경상 재택치료가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는 더 세심하게 챙겨봐야 한다.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상황이 악화된 환자를 놓치는 경우가 속출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 시대엔 생활치료센터를 권역별 대응센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치료가 확대되면 확진자 관리를 228개 시군구 각급 지자체에다 알아서 하라는 식이 되어 버릴 수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권역별 대응센터를 만들어,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그 권역별 대응센터의 최적 후보지로 생활치료센터를 지목했다. 천 교수는 "생활치료센터를 권역별로 통합한 뒤 상주 의사를 늘리고, 항체치료제 등을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대응 중장기 과제 놓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이 모든 논의가 결국 인력 양성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 장비야 에크모 네트워크 같은 방식을 쓴다지만, 의료 인력은 당장 동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상욱 고려대 구로병원 중환자실 책임간호사는 “길게 봐서는 중환자실에서 순간순간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양질의 간호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를 ‘인터 팬데믹(대유행과 대유행 사이)’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유행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위드 코로나를 통해 다음 대유행을 준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관련 인력, 장비, 시스템 육성 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임소형 기자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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