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서 '인턴기자 주현영' 연기
의욕 넘치지만 미숙한 사회초년생 연기해 폭발적 호응
방송 초 사회초년생 여성 비하 논란, 성장하는 캐릭터로 잠재워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하게 팩트를 전달한다. 안녕하세요. 인턴기자 주. 현. 영. 입니다.”
요즘 개그맨보다 더 큰 웃음을 주는 배우가 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에 출연하는 배우 주현영. 긴장을 애써 감춘 채 씩씩한 목소리로 넘치는 기사를 보도하다가도 앵커의 질문에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엉뚱한 반응을 보이다 화면 밖으로 나가버리는 ‘인턴기자 주현영’ 캐릭터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의욕은 넘치지만 여러모로 미숙한 사회초년생의 특징을 예리하게 포착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방송 초기 게스트인 배우 이병헌과 하지원보다 더 관심을 모을 정도였다.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그는 “누군가는 공감해줄 거란 믿음은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해줄 거라곤 예상 못했다”면서 “유튜브 조회수 같은 수치로만 보니까 체감이 잘 안 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SNL 인턴기자는 첫 방송 이후 여성 사회초년생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여성 사회초년생의 미숙함을 웃음거리로 삼아 조롱한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주 기자'는 23일 방송된 8회까지 조금씩 성장을 거듭하며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 1회 때만 해도 앵커의 질문에 당황하다 울먹이며 뛰쳐나가던 그는 점차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현영은 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주 기자는 나와 90% 일치하는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제 경험에서 가져온 게 많고 제 성격과 일치하는 부분도 많아요. 학창 시절 교수님께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구 때문에 늘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고, 실수도 잦았죠. 제가 의도한 바는 여성들에게만 있는 특징이 아니라 남녀 불문 모두에게 드러날 수 있는 특징이라는 것이었어요. 비판적인 반응을 배제할 순 없죠. 그래도 제 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아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인턴기자는 애초 기획 단계에선 없었던 캐릭터다. 대선 시즌에 맞춰 유력 후보들을 패러디하자는 이야기를 나누다 주현영은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젊은 당대표 캐릭터를 생각했다. 당 명칭도 ‘어리당’으로 지었다. 젊은 층이 공감할 만한 공약을 내세우는 가상의 후보 캐릭터로 설정해 아이디어를 냈는데 제작진이 인턴기자로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면서 ‘인턴기자 주현영’이 탄생했다. 첫 대본연습 때 개그우먼 안영미가 단박에 알아봤다. “(박수를 치며) 나왔다, 나왔다. 드디어 나왔어.”
주 기자는 여덟 차례의 방송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애초에 의도했던 건 아니고 시청자와 교감한 결과다. 그는 “첫 방송 후 시청자들 반응을 수렴하면서 ‘주 기자가 점점 발전해서 나중에는 자신 있게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댓글이 있어서 이를 토대로 SNL 크루 선배들, PD들과 상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주 기자는 23일 방송에선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인터뷰도 했다.
‘인턴기자 주현영’은 그의 예리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가 빛을 발한 결과였다. 주현영은 “하나에 꽂히면 계속 그 현상이 보인다”며 “주 기자의 손동작이나 눈빛 같은 것도 여러 사람들에게서 봐 왔던 것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성대모사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학교 선생님을 흉내 내 친구들을 배꼽 잡게 하기도 했단다. 가장 출연하고픈 프로그램으로 MBC 예능 ‘라디오스타’를 꼽은 그는 “성대모사 5가지 정도는 바로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늘 준비돼 있다”고 했다.
주현영은 2019년 단편영화 ‘내가 그리웠니’로 데뷔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한 그는 기계적으로 연주를 반복하는 것이 싫어 가슴 뛰는 일을 찾다가 연기와 노래, 춤에 관심을 돌렸다. 데뷔한 해 두 편의 웹드라마 ‘일진에게 찍혔을 때’ ‘마음이 시키는 대로’에 잇달아 출연하며 재능을 알렸다.
‘SNL 코리아’에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2011년 SNL 코리아 첫 방송 때부터 팬이었고 KBS ‘개그콘서트’도 즐겨 봤단다. 강유미, 안영미 등이 활약했던 ‘분장실의 강선생님’, 강유미와 유세윤이 호흡을 맞췄던 ‘사랑의 카운슬러’는 그가 최고로 꼽는 코너들이다. SNL 코리아 방송만 보고 주현영을 개그우먼 출신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내가 그만큼 잘 해냈다는 생각에 오히려 너무 뿌듯했다”고 했다.
주현영은 연기를 남자친구와의 연애에 비유했다. “연기가 풀리지 않으면 너무 힘들고 답답한데 답을 딱 찾아 제대로 감정이나 생각을 짚으면 그럴 때 오는 희열, 설렘이 크죠.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아요. 저를 힘들게 했다가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죠. 전 배우로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에 꼭 한두 명 있을 것 같은 사람이고 싶어요. 인위적으로 꾸며진 연예인의 모습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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