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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지시로 황무성 찍어냈나... 이재명 "관여 안 해", 황 "그 말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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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누구 지시로 황무성 찍어냈나... 이재명 "관여 안 해", 황 "그 말 믿나"

입력
2021.10.25 19:00
수정
2021.10.25 21:35
6면
0 0

이재명 측근 정진상 거론하며 부하직원 사퇴 압박
이재명 "사임 아쉬웠다" 황무성 "꼬리자르기" 비판
"시장님 명" "유동규가 돌변" 등의 발언도 등장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24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24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인 황무성(71)씨가 3년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물러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황씨의 중도 사퇴를 결정한 최종 지시자가 누군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씨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꼬리자르기 수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5일 "(황씨가) 그만둘 때 퇴임 인사를 하러 왔는데 '왜 그만두나'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황씨가 사임하는 과정에 자신은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 발언이 알려지자, 황씨는 본보에 "그 말을 믿느냐. 그 분들은 직접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꼬리를 자르려면 그런 수법을 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물러난 배경에 이 지사가 관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일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황씨와 유한기(61·현 포천도시공사 사장)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본부장이 2015년 2월 6일 나눈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황씨에게 "오늘 (사퇴) 해야 한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난다"며 사직서를 쓸 것을 재촉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공사 실세였던 유동규(52)씨에 이어 조직 내에서 '2인자(유투)'로 불린 인물이다. 두 사람이 대화한 시점은 성남도시공사가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배포(2013년 2월 13일)하기 1주일 전으로,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 설립일이다.

황씨가 "당신한테 떠다 미는 거냐"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은 "그러고 있다. 양쪽 다"라고 답했다. 황씨가 재차 "정 실장도 그러고 유동규도 그러고?"라고 묻자, 유 본부장은 "네"라고 했다. 황씨가 이에 "당신 말이 왔다 갔다 한다. '정'이라고 했다가 '유'라고 했다가"라고 말하자, 유 전 본부장은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 쪽 다 했다"고 답했다.

황씨는 본보에 녹음파일에서 자신이 언급한 '정(실장)'은 정진상 당시 성남시장 정책실장을 뜻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 대화대로라면 유동규씨뿐 아니라 이재명 경기지사 최측근인 정 전 실장(현 이재명 대선 캠프 총괄부실장)도 황씨 사퇴에 관여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녹음파일에서 유 전 본부장은 "사장님이 빽이 있었나 뭐가 있었나. 공적이 있고 그런 사람들도 1년 반, 1년이면 다 갔다" "너무 순진하다"며 사퇴를 종용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간 뒤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일" "시장님 얘기입니다" 등의 말도 했다. 그러나 언급된 '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아울러 황씨가 "구색을 맞추려고 나를 데려온 것이냐"며 불쾌감을 나타내고 유 전 본부장이 "아니다. 처음엔 사장님과 잘 해보려고 모시고 왔는데 유동규가 돌변했다"고 말하는 대목이 다른 녹음파일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가 돌변한 이유가 대장동 개발과 무관치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은혜 의원이 공개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과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은혜 의원이 공개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과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 이재명 지사로 확인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사퇴 강압이 이재명 하명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캠프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도 "황씨와 유 전 본부장을 박살낼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지사 한 명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 캠프 측은 "정진상 전 실장은 어느 누구와도 황씨 거취 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며 "기관 내에 자기 말의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정 전 실장을 팔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 역시 "저를 아무리 뒤져도 100% 뭐가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씨 사퇴에 정 전 실장이 관여됐단 의혹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 "(황씨를) 내보내는 것에 내가 관계가 있었으면 유동규를 (사장으로) 뽑지, 뭐하러 다른 사람을 뽑았겠느냐"고 반문했다. 황씨가 물러난 뒤 유동규씨가 아닌 황호양(63) 사장이 2대 사장으로 취임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민용 변호사는 이날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내용을 당시 이 지사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일부 매체는 정 변호사가 주변 동업자들에게 '공사 이익을 확정한 내용의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러 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윤태석 기자
강진구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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