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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걸린 방송대 성추행 징계 결정… 지연 이유는 총장 개입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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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개월 걸린 방송대 성추행 징계 결정… 지연 이유는 총장 개입 때문?

입력
2021.10.27 05:0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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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위 앞두고 '중징계 주장' 당연직 위원 보직해임
총장, 두 차례 가부동수 부결에도 거듭 경징계 요구
학교는 중징계 의결 앞두고 교수들에 해명성 자료

7월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대학본부 앞에서 성추행 피해자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한슬 기자

7월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대학본부 앞에서 성추행 피해자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한슬 기자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전국총학생회장이 지역총학생회장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학적 박탈의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총장과 학교가 징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가해자 징계가 성추행 신고 6개월 만에 이뤄진 것도 이런 개입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성추행 신고 반 년 만에 징계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송대는 올해 6~7월 네 차례에 걸쳐 학생지도심의위(지도위)를 열고 총학생회장 A씨 징계안을 논의했다. 지도위는 7월 27일에 열린 네 번째 회의에서 A씨를 중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8월 23일 단과대 교수회에서 징계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지난달 3일 학적이 박탈됐다. 올해 2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신고가 이뤄진 지 반년 이상 경과한 시점이다.

이 학교 규정에 따르면 학내 성폭력 사건은 ①성희롱·성폭력심의위원회(성폭력심의위)의 사건 조사 및 징계 요청→②총장의 징계 요구→③학생지도심의위원회(지도위) 심의 순으로 진행된다. 총장이 경징계를 요구했다면 지도위가 의결권을 갖고, 중징계를 요구했다면 지도위는 자문만 하고 최종 의결은 단과대학 교수회가 맡는다.

중징계 입장 심의위원 석연찮은 보직해임

학내 구성원들은 지도위가 징계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회의를 거듭한 과정을 문제삼고 있다. 지도위 1, 2차 회의에선 총장의 경징계 요구안에 가부(可否) 동수 의견이 나왔는데, 이는 총장이 지도위 개최를 앞두고 심의위원이던 B교수를 보직해임해 심의위원 수가 7명에서 6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교수는 방송대 보직교수 자격으로 지도위 당연직 위원을 맡은 인사로, 지도위 전 단계인 성폭력심의위에서 A씨를 중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부 동수라도 안건이 부결되지만, B교수가 심의위원직을 유지했더라면 A씨에겐 경징계가 아닌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지도위 의견을 분명히 할 수 있었다는 게 구성원들의 반응이다.

더구나 방송대는 B교수를 보직해임할 만한 중대 사유가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안팎에선 B교수가 총장과 성향이 달랐을 뿐 해임 사유가 마땅히 없었고 시기도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방송대 교수는 "해임에 이를 만한 과실이 있었다면 교수사회에서 회자가 됐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B교수 또한 보직해임 당시 "해임될 이유가 없다"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위가 1차 회의부터 가부 동수이나마 경징계 요구안을 물리쳤는데도 총장이 2, 3차 회의까지 거듭 경징계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학내 여론은 물론이고, 사건 조사를 맡은 성폭력심의위의 판단과도 거리가 있다. 한국일보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회의록에 따르면 성폭력심의위는 4월 15일 회의를 열고 피해자 2명에 대한 A씨의 성추행 모두를 중징계해야 한다고 총장에게 요청했다. 특히 A씨가 한 피해자를 뒤에서 끌어안은 행위에는 위원 12명 중 9명이 중징계감이라고 판단했다.

지도위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지도위 3차 회의 회의록에선 한 심의위원이 "동일한 안건에 대해 이미 두 번에 걸쳐 부결 처리했는데 왜 계속 심의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총장이 계속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냐"고 따지는 대목이 나온다. 지도위는 3차 회의에서 다수 의견으로 경징계 요구를 부결시켰고, 결국 총장은 4차 회의에 중징계 요구안을 냈다.

학교도 중징계 앞두고 교수들 설득

학교의 처신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가 단과대학 교수회의 중징계 의결을 앞둔 시점에서 교수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에는 △사건이 사적 자리에서 발생한 점 △학생회장 보궐선거를 할 경우 선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징계 대상자(A씨)가 불복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 △피해자가 학내에서 1인 시위를 했던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혔다. 학교가 A씨 편을 들거나 사건을 축소하려 든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내용들이다. 실제 A씨는 법원에 학교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최근 기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학교가 징계 지연과 2차 가해 방치를 호소하며 1인 시위를 벌인 피해자들에게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과 대학 이미지 실추 등을 들어 징계를 시사했던 것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이 문제는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한 질타를 받았고, 교육부는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권인숙 의원은 "학교 측이 성추행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데다 2차 피해도 예방하지 못했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징계 검토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방송대는 "모든 징계 절차는 관련 규정에서 정한 절차에 의해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B교수 보직해임에 대해선 "B교수는 행정 처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불미스러운 일을 야기해 경질됐다"면서 "경질 시점이 공교로웠을 뿐 성추행 징계 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징계를 둘러싼 논란에는 "학칙이나 방역수칙을 위반한 행위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징계 타당성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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