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텔레그램 못 풀어 디지털포렌식 수사 난항
수사협조 유동규, 텔레그램 비밀번호는 미제공
경찰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인 유동규(52)씨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에 나섰지만, 휴대폰 속 텔레그램 메시지는 유씨 측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가 압수수색을 당하기 직전 창밖으로 던진 휴대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규명을 위한 '스모킹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작 은밀한 내용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 텔레그램 메시지는 베일에 가려진 셈이다.
유동규, 텔레그램 비밀번호 제공 거절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 수사부장)은 유동규씨의 휴대폰 비밀번호는 확인했지만, 휴대폰에 설치된 텔레그램 비밀번호는 파악하지 못했다. 유씨 측이 경찰에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도, 텔레그램 비밀번호 제공은 거절했기 때문이다.
해당 휴대폰은 지난달 29일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을 때, 유씨가 자신이 거주하던 오피스텔 9층 창문 밖으로 던졌던 아이폰 기종이다. 경찰은 유씨의 주거지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 분석을 통해 휴대폰을 습득한 시민을 찾아 지난 8일 휴대폰을 확보했다.
해당 휴대폰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로 보내져 파손된 부분을 수리한 뒤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됐고, 지난 25일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이 유씨의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데이터 복구와 분석 작업에 나섰다.
문제는 유씨의 휴대폰 비밀번호 제공으로 포렌식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텔레그램 비밀번호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유씨 측을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유씨가 완강히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텔레그램을 열지 못하면 유씨가 휴대폰을 던지기 전에 누구와 마지막으로 통화했는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유씨가 보안유지를 위해 일반 통화 대신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해 통화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에 마지막 통화자 담겨 있나
유씨가 텔레그램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자, 일각에선 대장동 의혹 사건을 규명할 핵심 증거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가 대장동 의혹 사건이 불거진 지난달 중순 해당 휴대폰을 구입한 점 △검찰 압수수색 때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져 은폐하려고 한 점 △통상 보안유지 목적으로 텔레그램에서 비밀대화 및 통화를 하는 점에 비춰볼 때, 유씨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텔레그램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최근 방송에서 “유씨가 휴대폰을 던지기 전 통화한 사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복심”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서도 모든 데이터가 복구되지 않자, 유씨 측과 일정을 다시 논의해 추가 분석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데이터를 복구해 분석하고 있으며, 데이터 내용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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