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
"손준성 수사 회피" "위법 수사" 맞붙어
직권남용 등 피의사실 두고도 입장차
향후 수사 중대 갈림길… 밤늦게 결론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47)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법정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손 검사 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손 검사에 대한 영장심사를 이날 오전 10시 40분에 시작해 2시간 30분 동안 진행했다. 공수처에선 주임검사인 여운국 차장과 예상균, 김숙정 검사가 참석했다. 이들이 법원으로 출발하기 직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주차장까지 배웅 나온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올해 초 출범한 공수처가 피의자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손 검사가 처음이다.
이날 법정에선 영장 청구 과정에 대해 양측이 입장을 설명했다. 공수처는 지난 20일 손 검사에게 청구했던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사흘 뒤인 23일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 검사가 차일피일 조사 가능일자를 미루자 조사를 거부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손 검사 측은 이에 대해 "출석 일자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통보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장청구서를 전날 오후 6시쯤 뒤늦게 확인했고, 소환통보 때 피의사실 요지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며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검사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취재진에게 "영장 청구의 부당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수사를 회피하려고 해서 불가피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손 검사는 이달 초부터 계속 출석을 미루다가 지난 22일 출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변호사 일정 등을 이유로 다음달로 재차 연기했다. 공수처는 법정에서 "손 검사가 처음부터 조사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봤으며, 11월 출석 약속도 또 미룰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구속영장에 적힌 피의사실을 놓고도 양측은 강하게 부딪쳤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이끌던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모씨(제보자X) 판결문을 열람하거나 고발장에 언급된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한 정황,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조성은씨 사이 통화 녹취록, 김웅 의원이 조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 붙은 '손준성 보냄' 문구 등을 제시하면서 대검의 조직적 관여가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손 검사 측은 공수처가 제시한 정황 증거들은 고발장 작성 및 고발 사주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그간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손준성 검사 구속 여부는 향후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손 검사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김웅 의원을 비롯한 '키맨'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 공수처는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체포 절차를 생략한 구속영장 청구가 결국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손 검사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또는 27일 새벽에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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