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두환 "날 알아보시겠나"에 눈 깜박인 노태우... 7년전 마지막 만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두환 "날 알아보시겠나"에 눈 깜박인 노태우... 7년전 마지막 만남

입력
2021.10.27 04:30
수정
2021.10.27 16:50
3면
0 11

전두환, 신군부 이끌고 노태우 '2인자'
全, 靑 입성 후 논공행상 계기로 거리
盧 정권 '5공 청문회'로 全 백담사 유배?
전두환, 노태우 부고에 말 없이 눈물

1987년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노태우(왼쪽) 대표와 전두환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노태우(왼쪽) 대표와 전두환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인생에서 빠트릴 수 없는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인 두 사람은 군내 사조직인 '북극성회'와 '하나회'를 이끈 주축으로 1979년 10·26 사태에 따른 혼란기를 틈타 12·12 군사 반란에 앞장섰다.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고 퇴임 후 내란죄로 구속되는 영욕을 함께 했다.

1955년 소위로 임관한 두 사람은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 쿠데타부터 본격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후배들을 이끌고 '군사혁명 지지 카퍼레이드'에 나서면서다. 이후 12·12 군사 반란을 거치면서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경위도 동일했다. 전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신군부를 이끌었다면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뒷받침한 '2인자'였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육사 생도 시절부터 하나회 등 군내 사조직을 만들어 정치에 관여했다. 육사 생도 시절 11기 하나회 멤버들. 뒷줄 맨 오른쪽이 노 전 대통령, 그 바로 옆이 전 전 대통령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육사 생도 시절부터 하나회 등 군내 사조직을 만들어 정치에 관여했다. 육사 생도 시절 11기 하나회 멤버들. 뒷줄 맨 오른쪽이 노 전 대통령, 그 바로 옆이 전 전 대통령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 전 대통령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봤을 만큼 돈독했던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계기는 전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다. 노 전 대통령이 내심 육군참모총장 임명을 바랐지만, 오히려 반강제적으로 전역을 당했기 때문이다. 육군 수장이 되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에서 체육부·내무부 장관 등을 거치며 차기 대선주자로 입지를 다졌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한 1987년 6월 민주항쟁도 두 사람의 우정을 시험한 사건이었다. 민주정의당 대선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는 6·29 선언을 발표하며 임기 말 전두환 정권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뒤 치러진 1988년 13대 총선은 두 사람이 틀어진 결정적 계기였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5공과 단절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요구를 노 전 대통령이 수용하면서다. 그간 '상왕' 노릇을 했던 전 전 대통령은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에서 내려왔고, 전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새마을운동본부 명예총재는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200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 취임선서 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 고영권 기자

200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 취임선서 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 고영권 기자

13대 총선 참패로 여소야대 국회가 되면서 정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갔다. 야권의 '5공 비리 청산' 요구에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유치했던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이 참석을 만류한 것이다. 그해 11월에 열린 '5공 청문회' 이후 전 전 대통령은 강원도 인제 백담사로 유배를 떠나야 했다.

전 전 대통령의 백담사 유배 동안 노 전 대통령은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해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1990년)을 선언하면서 전 전 대통령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두 사람은 1996년 1월 5·18 민주화운동 진압과 12·12 군사반란 등에 따른 내란죄로 구속 기소되면서 또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1996년 8월엔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재판정에서 두 손을 맞잡은 모습은 화제가 됐다.

1996년 8월 26일 12·12사건 17년 만에 열린 선고 공판에서 서로 위로하듯 손을 맞잡고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6년 8월 26일 12·12사건 17년 만에 열린 선고 공판에서 서로 위로하듯 손을 맞잡고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회고록에서 "우리는 우정과 동지애가 강했지만 우정을 국가보다 상위에 놓을 수 없게 됐다. 전임자는 내게 배신감을 느끼며 서운해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오랜 투병생활을 하면서 두 사람 간에는 좀처럼 화해의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은 2014년 8월 예고 없이 노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병상에 누운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이 사람아, 나를 알아보시겠는가"라고 말을 건넸고, 노 전 대통령은 눈을 깜빡이며 화답했다. 두 사람의 생애 마지막 만남으로 전해진다.

전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부고 소식을 듣고 별 말 없이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어서 빈소를 조문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정승임 기자
김지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11

0 / 250
  • 드림맨 2021.10.27 13:48 신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때까지가 이 나라의 황금기였다.
    0 / 250
    • nys2009 2021.10.27 17:54 신고
      궁정동 안가 황금기였지
    • 모루솔 2021.10.27 17:41 신고
      음~그때 많이 해처먹었구나.
      수꼴충
    • 니탓인듯 2021.10.27 17:38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년 들어서 제일 크게 웃엇네 ㅋㅋㅋㅋ
  • 아랫집아저씨 2021.10.27 09:54 신고
    노태우와 전두환은, 시작은 같았지만 끝이 다르다. 노태우는 국립묘지 가도 될 것 같다.
    0 / 250
  • 빙의시대 2021.10.27 09:14 신고
    인성은 착하나, 친구따라 강남을 잘 못 가신 분......
    0 / 250
  • 문길상 2021.10.27 08:34 신고
    살아생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직접 사죄는 하지 못하고, ”제 과오들에 깊은 용서 바란다“라고 유족들을 통해 사죄한 것은 물태우 다운 행동이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빈다. 저세상에서는 전두환 같은 망나니는 절대 만나지 마시길...
    0 / 250
  • 이화승 2021.10.27 13:06 신고
    평생 지은 죄들이 하도 많아서 늙어 고생이다....태우는 그나마 업을 마이 삭혔지만 두환이는 아직 멀었다....벽에 * 쳐바르고 고생고생하다가 겨우 숨이 끊어질 것이다.....물론 저승에 가면 더 힘든 생활이 남아있고.
    0 / 250
  • 들국화59 2021.10.27 19:55 신고
    노태우대통령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쇠뇌위축증 가족이 같은병으로 투병하시다
    소천하셨는데 고인도 가족도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합니다
    편히쉬시길 바라는 마음 너무나 간절한데
    하나님 믿지않고 돌아가셔서 너무 가슴 아픔니다
    김옥숙여사님과 유족모두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0 / 250
    • kimkorea 2021.10.28 03:46 신고
      타인의 종교도 좀 존중할 줄 아세요. 하나님이 누군 인줄은 알고 믿나? 세뇌된 구 수준으로 어찌 알겠는가 마는, 정말로 교인들은 불쌍하다. 똥인지 도니장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늘 타종교를 비방하는 사람들. 다른 종교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종교인은 종교인이 아닙니다. 정신차리시요.
  • 보리밭 2021.10.28 01:59 신고
    노태우에 대한 은근한 미화 이해할 수없다. 노태우는 육사 재학시절부터 동기 전두환의 꼬붕역할을 하면서 모든 직책과 광주학살까지 그와 함께하더니 대통령까지 이어받았다. 재임중 sk에 특혜를 주고 sk사주와 사돈을 맺어 축재를 도모하였고 끝내 광주학살에 대한 직접적 사죄없이 세상을 떠났다. 죽음에 조롱도 옳지않지만 미화는 천부당만부당합니다.
    0 / 250
  • 늘푸른하늘 2021.10.27 21:57 신고
    쿠테타주역의 한사람이다...그는 5.18의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한적도 없고 사과한적도없었다....뭘잘해서 국가장을 한다는말인가?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그가 치부한 재물에 대해 대부분 국가에 반환했다고 하는데 딸을 에스케이 그룹에 시집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재물이 정경유착에 이용됐는지 아무도 모른다...물태우라는 이미지로 전두환처럼 대놓고 욕먹지는 않았지만 더 지능적으로 치부를 했을지도 모르지...국가장에 대해서 반대
    0 / 250
  • nys2009 2021.10.27 17:53 신고
    단무지 맛있더냐??빵동기인 전두환,노태우 대화내용, 공판장에서,,ㅋㅋㅋ
    0 / 250
  • 리키마루 2021.10.28 08:45 신고
    감성팔이는 문가만 하는줄알았는데 야들도 늙으니 갬성팔이하네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