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환영", 윤석열·원희룡 "선관위 존중"
유승민 "사족 붙어 중도층 수용성 떨어질 것"
국민의힘이 26일 대선후보 선출의 최종 관문인 본경선 국민 여론조사 문항을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1대 1 가상대결을 전제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단 한 차례 묻는 방식이다. 주자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일종의 절충안인데, 홍준표 의원이 주장해온 ‘4지선다형’에 가깝다. 그렇다고 홍 의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각 캠프는 확정된 여론조사 문항이 득표율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며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있다.
尹·洪 절충, "양자대결 반영한 4지선다형"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여론조사 전문가위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만장일치로 본경선 여론조사 문항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례에 따라 세부 문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상대결을 전제로 질문하고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이라고 성 의원은 설명했다. 또 “다수 의견을 수렴해 이의 제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번복 가능성을 일축했다.
예시로 거론되는 질문은 이런 식이다. “이재명과 원희룡, 이재명과 유승민, 이재명과 윤석열, 이재명과 홍준표 후보(가나다 순)가 대결한다. 이 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1번 원희룡, 2번 유승민, 3번 윤석열, 4번 홍준표 중 고르시오.” 응답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선호한 가상 양자대결을 염두에 두고,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요구한 4지선다형 질문 한 개에만 답하면 된다.
누가 유리?... 여론 추이·당심이 변수
국민의힘은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해 내달 5일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그간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입장이 갈렸던 건 핵심 승부처를 다르게 봐서다. 당원투표 우위를 자신하는 윤 전 총장은 가상 양자대결 방법으로 여론조사 변별력을 낮추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홍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벌려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상대적으로 우열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4지선다형을 주장했다.
일견 홍 의원이 ‘최대 수혜자’처럼 비치지만, 선거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가장 최근 조사에서 홍 의원이 대(對)이재명 가상대결과 다자 적합도 조사에서 모두 윤 전 총장에 앞섰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여론조사 문항을 어떻게 정하는지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다.
윤 전 총장이 꼭 불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남은 기간 여론이 계속 출렁일 가능성이 큰 데다, ‘믿을 구석’인 당원투표가 있어서다. 윤 전 총장 지지세가 강한 50대 이상, 영남권 출신 당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여론조사의 불리함을 얼마든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겉으론 모두 "수용", 뒤에선 불만 여전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홍 의원은 “전혀 이의가 없다”고 했고, 윤 전 총장 캠프 역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캠프도 신보라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당 선관위 결정을 받아들이고 남은 기간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당원만 보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른 것 같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결국 홍 의원이 주장한 4지선다형 질문”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역선택 우려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캠프도 ‘변형된 4지선다형’이라는 점에서 당원투표와의 등가성을 해친 편법이라고 반발했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깔끔한 4지선다형으로 갔어야 했는데 사족이 붙었다”면서 “질문이 너무 길어 중도 유권자들의 수용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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