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공죄(功罪)’, 마이니치 ‘빛과 그림자’ 표현
요미우리는 전두환과 차이점 부각
일본 주요 언론이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공죄(功罪)’, 마이니치신문은 ‘빛과 그림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군사쿠데타의 주역이라는 ‘과’와 민주화 전환의 기틀을 다지고 북방 외교를 편 ‘공’을 함께 다뤘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및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도 주요 업적으로 언급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7일 관련 기사를 1면과 국제면을 통해 상세히 다뤘다. ‘노태우씨 서거, 빛과 그림자의 지도자… 한국 정치권 평가 나뉘어’라는 제목의 국제면 톱기사는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지만 군인으로서 시민을 탄압한 죄목으로 법정에 서는 등 빛과 그림자를 구현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최대 치적으로 평가 받는 것은 미소 냉전 종식의 혼란을 적극적인 외교 공세로 극복했다는 점”이라면서 옛 소련 및 중국과의 수교 등 ‘북방 외교’를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1990년 5월 국빈으로 일본에 와서 당시 아키히토 일왕(현재 상왕)으로부터 식민지 지배 등 과거사에 대해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점을 언급했다. 군인 출신이면서도 대통령 직선제를 약속하고 실현했지만, 한국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퇴임 후 다시 1979년 쿠데타와 1980년 광주항쟁 탄압에 연루, 부정 축재 등 군인으로서 과거가 추궁 당했다고 ‘그림자’도 설명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국제면 톱 기사에서 “노씨의 ‘공죄’를 둘러싸고 한국 정ㆍ재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면서 “한국 민주화 후 첫 대통령으로서 경제 성장이나 포스트 냉전 시대 정력적 외교가 평가되는 한편, 대통령 퇴임 후에 쿠데타에의 관여나 부정 축재 등으로 실형 판결을 받은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노씨에 대한 평가는 현재 국내에서도 크게 나뉘어진다”면서도 “다만 노 정권에서 민주화를 상징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교·통일 문제에서는 군사정권 시대와 다른 유연성도 발휘해 일본과의 관계를 포함해 새 시대를 열었다”면서 “냉전 붕괴라는 국제 정세의 분위기를 받아 교환한 남북기본합의서는 이후 남북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지금도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두환 전 대통령와의 차이점을 부각하며 대통령 직선제를 약속한 ‘6·29 선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은 “당시 전격 발표는 국면 타개를 노린 전두환 씨의 연출이었다는 분석도 오랫동안 있었지만, 노씨는 2011년 회고록에서 직선제 도입은 스스로 결심하고 주변을 통해 전씨를 설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상세히 전했다. “민간의 수준이 군의 수준을 넘어섰다. 역사가 변화를 요구하는 시기에 이르렀다”며 군부에 의한 개발 독재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언했다는 것이다. 1997년 내란죄와 뇌물수수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복역하다 특사로 풀려난 후, “자신의 정통성 주장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씨와는 대조적으로 세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한 말년을 보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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