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우드 하원 국방위원장?
"철군, 모두 美 대선과 관련"
영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미국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탈레반과 평화 협정을 맺으면서 영국과 나토가 ‘정치적 패배’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하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월러스 장관은 “필요한 수준의 병력이 유지됐다면 (탈레반에) 군사적으로 패배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병력) 감축 시작 전까지는 항상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었다”고도 말했다. 월러스 장관은 또 “나는 우리가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대신 ‘결의’가 부족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신 화살은 미국으로 향했다. 월러스 장관은 나토군이 아프간에 계속 주둔할 수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썩은 거래”로 탈레반이 아프간에 의기양양하게 입성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중이던 지난해 2월, 잘마이 칼릴자드 미국 아프간 특사와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탈레반 정치지도자가 카타르 도하에서 체결한 ‘도하 협정’을 맹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협정 체결 직후 “이제 우리 국민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할 때”라며 “모든 사람들은 전쟁에 진력이 났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이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 종식을 내걸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평가됐다.
의회도 월러스 장관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토비아스 엘우드 하원 국방위원장은 월러스 장관의 출석 이후 스카이뉴스와 만나 아프간 철군과 관련한 “모든 것이 미국 선거와 관련 있었다”고 지적했다. 비난의 표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그치지 않았다. 엘우드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미군을 집으로’ 표어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따라간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나토의 존재 이유를 자문했다. 엘우드 위원장은 “미국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면 나토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며 “영국이 다른 국가들을 이끌 수도 있는 기회에서 미국이 영국에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면 미국과 영국의 ‘특수 관계’는 뭔가”라고도 꼬집었다. 미국의 독단적 아프간 철수 결정으로 영국의 역할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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