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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마을의 '색깔 있는' 변신

입력
2021.10.30 1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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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색으로 채색된 신안의 섬 지붕들. 왼쪽부터 안좌면 반월도, 증도면 병풍도, 지도면 선도, 안좌면 면소재지의 지붕들이 가을빛을 받아 한데 어울어져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다. 신안=서재훈 기자

알록달록 색으로 채색된 신안의 섬 지붕들. 왼쪽부터 안좌면 반월도, 증도면 병풍도, 지도면 선도, 안좌면 면소재지의 지붕들이 가을빛을 받아 한데 어울어져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다. 신안=서재훈 기자


정겨운 시골 마을을 알록달록한 지붕이 뒤덮고 있는 이곳은 전남 신안군입니다. 우리나라의 남서쪽 끝자락 신안군은 ‘퍼플섬’으로 잘 알려진 반월도, 박지도를 비롯해 1,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SNS에서 우연히 발견한 화려한 지붕 색에 매료돼 지난 21일 신안군으로 향했습니다. 개통한 지 3년이 채 안 된 천사대교를 거쳐 도착한 곳은 암태면 남강선착장. 이전에는 섬 '암태도'였지만 다리가 놓인 다음부터는 '암태면'으로 바뀌었습니다. 팔금면, 안좌면 등 '도'에서 '면'으로 바뀐 섬이 이곳엔 제법 많습니다.

남강선착장에서 아침 첫 배를 타고 30여 분을 달리니 병풍도, 선도, 도초도가 차례로 나타납니다. 입도하는 섬마다 드론을 띄워 내려다보니 지붕 색깔이 각기 달랐습니다. 병풍도에 있는 작은 마을은 주황, 선도는 노랑, 홍도는 빨간색이었고, 반월도, 박지도는 보라색, 안좌면은 파란색이 주로 칠해져 있습니다.

지붕뿐 아니라 공중전화나 산책용 데크 같은 마을 시설물도 다양한 컬러로 채색돼 있는데, 노란 수선화와 파란 수국, 보라색 아스타 등 자연의 색과 어울려 독특한 조화를 뽐냅니다.

안좌면 반월도 반월마을의 모습. 왼쪽사진은 채색되기 전 2018년도의 모습과 채색 후 2021년의 모습이 한눈에 비교되고 있다.

안좌면 반월도 반월마을의 모습. 왼쪽사진은 채색되기 전 2018년도의 모습과 채색 후 2021년의 모습이 한눈에 비교되고 있다.


'맨드라미섬' 병풍도에 심어진 맨드라미와 공중전화 부스의 색이 어울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맨드라미섬' 병풍도에 심어진 맨드라미와 공중전화 부스의 색이 어울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도초도의 수국공원 벽이 수국으로 칠해져 있다.

도초도의 수국공원 벽이 수국으로 칠해져 있다.


안좌면 퍼플섬을 지나다 보면 나오는 퍼플교의 특이한 구조물의 모습을 인스타360카메라로 담았다. 퍼플섬은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교로 이어져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안좌면 퍼플섬을 지나다 보면 나오는 퍼플교의 특이한 구조물의 모습을 인스타360카메라로 담았다. 퍼플섬은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교로 이어져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마치 동화 나라에 온 듯 강렬하고 이색적인 컬러 지붕은 도서 지역의 열악한 주거환경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지역 주민들이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낡고 부식된 슬레이트 지붕을 교체해 줄 것을 군청에 요청했고, 장도를 시작으로 지붕 교체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지붕에 채색을 하면 마을 경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당시 함께 적용된 거죠. 다만, 주민 대다수가 보수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노인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군청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새뜰마을사업' 예산에 공모해 선정됐고, 주거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본격적인 지붕 채색 작업이 시작된 겁니다.

지붕 채색은 애초부터 주민들의 각자 의견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채색에 동의한 주민에 한해서만 지붕 채색을 한 것인데, 안좌면에 사는 서모(51)씨는 "당시 채색을 하면 예쁠까 긴가민가했는데, 막상 해보니 보기에 예쁘기도 하고, 관리해 보니 방수개선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색깔을 입기 시작한 신안군 일대 섬들은 SNS를 통해 서서히 '핫플'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퍼플섬 반월도와 박지도는 조용하던 작은 섬이 이 일대 대표 관광지로 탈바꿈한 사례입니다. 갑자기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일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마을의 관광 소득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점은 고무적입니다. 서씨는 "조용하던 섬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타지에 사는 자식들도 더 자주 찾는 것 같고, 연락 뜸하던 친지들도 심심치 않게 연락이 오니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신안군에 따르면 2021년 5월 말 기준 퍼플섬에만 11만8,000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28만5,000여 명에 달할 정도였답니다.

알록달록 색으로 채색된 신안의 섬 지붕들. 증도면 병풍도, 안좌면 반월도, 지도면 선도, 안좌면 면소재지의 지붕들이 가을빛을 받아 한데 어울어져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다. 신안=서재훈 기자

알록달록 색으로 채색된 신안의 섬 지붕들. 증도면 병풍도, 안좌면 반월도, 지도면 선도, 안좌면 면소재지의 지붕들이 가을빛을 받아 한데 어울어져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다. 신안=서재훈 기자


색을 덧입은 대한민국의 작은 섬마을에 미국 CNN과 폭스뉴스 등 해외 언론들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다양한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신안군 일대 섬들이 사진작가들에게는 '꿈의 섬’이라며, 독창성이 돋보인다고 소개한 것입니다. 일상 회복의 희망과 함께 성큼 다가온 만추,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세계적인 '사진 맛집'으로 인정받은 신안군의 작은 섬마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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