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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만에 4억 원 차익... 감사원 "농지은행 땅 투기에 악용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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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만에 4억 원 차익... 감사원 "농지은행 땅 투기에 악용될 우려"

입력
2021.10.28 15:26
수정
2021.10.28 15:49
6면
0 0

감사원, 농식품부에 시행령 개정 통보

경기 화성시의 논밭. 화성=뉴시스

경기 화성시의 논밭. 화성=뉴시스

서울시에 사는 A씨는 2018년 1월 경기 화성시의 농지 1필지(1,610㎡)를 3억1,100만 원에 매입했다.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사들인 것이지만, A씨는 매입한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해당 토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임대·위탁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12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해당 농지를 7억1,500여만 원에 처분했다. 농사를 한 번도 짓지 않은 채 소유만으로 1년 6개월 만에 4억여 원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감사원은 28일 농지은행사업 운영실태와 관련한 감사 결과 발표에서 이 같은 농어촌공사의 농지 위·수탁 제도(농지은행사업)가 농지 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사업은 고령화 등으로 주인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를 공사가 임대 위탁을 받아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 등에게 장기 임대하는 사업이다.

2016년부터 5년간 농업 목적으로 토지를 취득한 뒤 공사에 위탁된 농지는 21만여 필지였다. 이 중 취득 1년 이내 공사에 위탁된 농지는 3만5,257필지였고, 취득 당일 공사에 위탁된 농지도 291필지였다.

취득 후 1년 내 공사에 위탁된 3만5,257필지 중 528필지는 위·수탁 계약 중도해지 후 매각됐다. 계약 중도해지 후 실제 528필지의 81%에 해당하는 419필지에선 110억2,300만여 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평균 수익률이 21%로, 전국 전답의 연평균 지가상승률(3.3%)보다 6배 이상 높았다. 528필지 중 380필지는 농업 경영에 이용되지 않거나 이용 기간이 3개월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꼼수'가 가능한 이유는 농어촌공사법 시행령에 농지 위탁에 대한 정당한 사유나 최소 자경(自耕) 기간 등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농지법은 영농을 위한 소유만 인정하고, 농지의 임대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개인이 자신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는 경우에 한해 소유 농지를 농어촌공사에 위탁하는 방식의 임대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감사원은 이에 농어촌공사의 농지 임대 수탁제도가 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농림축산식품부에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통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규정을 손보지 않을 경우, 소유만 하다가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매도·증여하거나 상속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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