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음식점 허가총량제’ 를 불쑥 꺼냈다가 논란이 일자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하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상태에서 당이나 캠프 차원에서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제기하는 것은 유권자들을 혼란케 하는 경솔한 처사다.
이 후보는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이 포화 상태여서 숫자를 제한하면 자영업자들의 처지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자율성이나 창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발상인 데다 이런 류의 규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시장 실패를 보완할 필요가 있지만 시장경제의 근본 질서를 훼손해서는 안 되는 것이 기본이다. 야권에서도 “반헌법적 발상” "위험한 경제관” “경제학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정책”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후보는 28일 “국가정책으로 도입해서 공론화하고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진화했으나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 자체가 무책임한 행보다. 언론 인터뷰에서 주 4일제에 대해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지금 공약해서 국가정책으로 시행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선을 그은 것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지난 5월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말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 후보는 공약이 아니라 난상토론 자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해명했다.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도전하는 대통령은 정책 실험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제 여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상황에서 보다 책임 있는 언급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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