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공무원 극단 선택, 교사들 국민신문고 신고
"상사 출근 전 커피·물 준비해" 거부하자 집단 따돌림
사립학교 교장 미술교사에"학생 동원해 벽화 그리라"
거부하자 각종 불이익.... 대전시청·교육청 "감사 중"
대전에서 새내기 공무원이 상사의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데 이어 사립학교 교사들이 교장의 부당한 지시와 괴롭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해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29일 경찰과 대전시에 따르면 올 1월 임용돼 7월 1일자로 부서(도시주택국) 배치를 받은 시청 공무원 A(27)씨가 지난달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A씨가 부서배치 직후 '8시 전에 나와서 과장 책상을 정리하고 물과 커피를 준비하라'는 선배 주무관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여겨 거부한 이후 왕따와 업무 부담 등의 피해를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들이 업무와 관련해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고, 평소 대화에도 끼워주지 않는 등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고립시켰다"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가 모르는 부분을 물으면 직원들은 '알아서 해라. 지침 보고 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잘못되면 네 책임이다. 감사받을 수 있다'는 압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유족 측은 이로 인해 A씨가 밥도 잘 먹지 못하는 등 건강에 문제 생겨 3개월 간 체중 5㎏이 빠졌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혼자서 하다 보니 야근이 많아졌다. 8월 중순부터는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우을증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휴직을 결심하고, 9월 24일 퇴근 전 팀장에게 휴직 의사를 밝혔지만, 부정적인 말이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틀 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유족은 가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감사와 징계 절차 진행, 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에 의한 죽음에 대한 순직 처리, 대전시 청사 내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전시는 이에 대해 다음달까지 조사를 벌인 뒤 변호사와 노무사 등이 참여한 심의위를 꾸려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현재 A씨의 메신저 내용 등 관련 자료 분석을 거의 마쳤으며, 관련자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대전의 한 사립학교에서도 교직원들의 갑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해당 학교 교직원들은 최근 국민권익위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갑질피해신고 코너에 교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해당 학교 교직원에 따르면 해당 학교 교장은 지난 8월 학생들을 동원해 교내 벽화를 그리라고 지시했지만 미술교사는 학생들이 시간적 여유가 없고, 직접 벽화를 그리기에 위험한 장소라며 거부했다. 교장은 이후 해당 교사에게 면박을 주고, 학생들이 사용할 미술용품과 기자재의 결재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장은 지난해 5월 학교에서 허리를 다쳐 입원 치료 중이던 체육교사에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괴롭혔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갑질을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3학년 학생 30여명의 대입 추천서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가 담임 교사들이 사정을 하자 뒤늦게 써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교장은 벽화는 환경 미화 차원이었고, 추천서를 써주지 않은 것은 일부 학생들의 품행 문제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대전시교육청은 국민신문고 신고 접수 직후 감사에 착수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감사를 진행해 규정에 따라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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