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학회가 3년 전 만든 영상 온라인서 화제
평생 인슐린 주사 맞아야 하는 1형 당뇨병
학회 "불편한 시선, 환자들 두려움 바뀌길"
누리꾼들 "소아당뇨 이상하게 봐선 안 된다"
치매를 앓아 딸이 누군지도 못 알아보는 엄마. 엄마에게는 이제 딸의 이름도 낯설다. 그러나 딸에 대해 잊지 않은 게 딱 하나 있다. 매일 시시때때로 "주사 맞았니"라고 물으며 인슐린 주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잔소리는 또렷했다. 어렸을 때부터 당뇨병을 앓던 딸이기에 딸의 건강을 가장 먼저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요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이런 내용이 담긴 영상이 화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18년 6월 당뇨병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만든 캠페인 영상이다. 3년 만에 다시 회자가 된 것. 가슴 뭉클하게 하는 모성애와 가족 이야기가 새삼 주목받았다.
영상을 만든 대한당뇨병학회조차 3년 만에 다시 인기를 끌자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학회 관계자는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미 오래된 영상인데 온라인에서 퍼지는 이유가 궁금했다"고 되물었다. 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영상도 덩달아 회자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을 했을 정도다. 매년 11월 14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당뇨병연맹(IDF)이 정한 국제 기념일인 '세계 당뇨의 날'이다.
'달콤한 인생 1편 엄마의 시간'은 훌쩍 커버린 딸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18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엄마의 걱정은 커졌다. 이때부터 엄마는 딸만 보면 당뇨병을 조심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했다. 당뇨병 관련 책 수십 권을 딸과 나눠 읽으며 "앞으로 계속 너한테 필요하니 대충 읽지 말고 꼼꼼히 읽어"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치매지만 딸 인슐린 주사만큼은 잊지 않은 엄마
엄마는 딸만 보면 '주사는?'이란 말을 달고 살았다. 체내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은 한때 '소아 당뇨'로 불렸다. 주로 어린 나이에 발병하기 때문이다. 평생 식이조절을 해야 하며 잊지 않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딸이 방에서 배에 인슐린 주사를 놓으려고 하면 엄마는 방문을 열고 "주사 맞아야지"란 말을 한다. 딸은 "꼭 하고 있는데 잔소리를 더 하냐"며 불평한다. 딸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는 만큼 엄마의 잔소리 강도는 세졌고, 딸은 짜증과 투정이 늘었다.
성인이 돼 가정을 꾸린 딸은 엄마에게 자주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바쁜 일상에 치이자 점차 친정을 멀리하게 됐다. 그러나 엄마에게 치매란 불청객이 찾아왔다. 딸이 일일이 챙겨줘야 할 정도가 됐다. 딸은 "내 걱정만 하며 살던 엄마는 오히려 이제야 편해 보인다"며 씁쓸해했다.
친정집에서 부모님과 식사를 마친 딸은 집에 가려고 한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엄마가 딸을 부르더니 배에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제스처를 한다. 딸의 당뇨 걱정만큼은 잊지 않은 것이다. 딸은 '나도 엄마를 영원히 기억할 거야'라고 다짐한다.
누리꾼들 "당뇨병에 대한 불편함 몰랐다, 인식 바꾸자"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에 소아 당뇨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고쳐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주사 맞는다고 놀림을 당하니 관리를 안 하고 성인이 되기 전 합병증이 생긴다.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란 인식을 주는 영상이다", "효도하지 못했는데 엄마가 보고 싶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난다" 등 감동적이라고 호응했다.
대한당뇨병학회 관계자는 "당뇨병 환자는 일상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며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에 대한 불편한 시선, 환자들도 주사를 직접 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영상을 통해 이런 거부감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 캠페인 영상은 1편 엄마의 이야기와 함께 당뇨병으로 입원한 어린 환자를 다룬 2편 '병문안은 간단히', 3편 당뇨병을 앓는 학생들의 이야기인 '오늘이 날이다', 노년 당뇨병 환자의 삶을 다룬 4편 '은퇴합니다'로 이뤄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