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산 철강에 부과했던 관세 없애기로
중국산 철강 과잉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전략
평균 물량 70% 제한 쿼터제 선택한 한국도 피해
독일 뒤스부르크 티센크루프 철강 공장에서 철강이 생산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오랫동안 무역 갈등을 빚어온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분쟁이 종지부를 찍었다. 대미 유럽산 철강제품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이날 양측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철강 관세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정책은 EU와 중국, 일본에 적용됐다. 그러자 EU는 같은 해 6월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등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방침으로 맞대응하는 등 무역 갈등을 벌여왔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가 철강에 대한 232조 적용을 유지하되, 일정한 양의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은 EU가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철회할 것이라는 조건하에 합의에 도달했다며 무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은 전적으로 유럽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합의는 양측이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이라는 공동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공급 과잉이 주로 중국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철강 수입은 여전히 관세가 부과된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국과 EU가 중국 등 다른 불공정한 철강 제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법 집행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안은 EU 국가들이 매년 330만 톤의 철강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되 이를 넘어선 물량엔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일부 품목은 무관세 지위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이 물량을 포함하면 EU가 내년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430만 톤에 달한다.
양측의 합의로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대미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했던 한국은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평균 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할 길 자체가 막혀 있지만, EU는 330만 톤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이상 물량에 대해서도 일정한 관세를 내면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의 대미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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