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의 다음날 마을 포격·방화
구호단체·교회도 소실, 인명 피해는 아직
보육원 아이들과 노인들은 피신 못 해
미얀마 북서부 한 마을에서 군부의 포격과 방화로 건물 160여 채가 전소됐다. 교회 두 곳과 국제 구호단체 사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유혈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31일 미얀마나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친주(州) 탄뜨랑(thantlang) 마을의 건물 2,000채 중 160여 채가 29일 잇따른 군부 포격으로 파괴됐다. 주민들은 "상점과 교회 등 대로변에 있는 구조물이 대부분 파괴됐다"며 "포격뿐 아니라 군인들이 이유 없이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국제 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성명을 통해 "군부가 의도적으로 우리 사무실을 방화했을 뿐 아니라 수천 명의 가족과 아이들의 집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민이 이전 포격 때 몸을 피한 상태라 인명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친주의 저항세력인 친랜드시민방위군(CDF)은 "마을과 상점을 약탈하려는 정부군을 막으려다 전투가 벌어졌는데 이후 무차별 포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방위군이 달아나자 정부군이 이유 없이 무작위로 주택에 불을 질렀고 화재 진압에 나선 시민방위군에게도 발포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군부는 "국가를 파괴하려는 일부 언론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저항세력이 전쟁을 선동하고 불을 질렀다"고 반박했다.
군부의 만행은 미얀마 쿠데타 군부를 배제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폐막을 선언한 다음날 자행됐다. 공교롭게도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쿠데타를 규탄할 때마다 미얀마 군부는 무차별 탄압과 학살로 응답한 바 있다.
특히 친주가 속한 북서부 일대는 인권단체와 유엔 전문가들이 대규모 유혈 사태를 우려하는 곳이다. 험준한 지역을 기반으로 저항세력이 완강히 군부와 맞서고 있는 데다 최근 수천 명의 군 병력이 증원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군 포격으로 주택과 호텔이 파괴되자 탄뜨랑 주민 8,000여 명은 인근 마을로 피신하거나 인도 쪽 국경을 넘었다.
현재 마을 외곽 보육원에는 교사와 아이들 약 2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처 피신하지 못한 노인들도 마을에 남아 있지만 포격 이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초모툰(Kyaw Moe Tun) 유엔 주재 미얀마대사는 29일(현지시간) 유엔 연설에서 탄뜨랑 포격을 언급하며 "미얀마의 모든 국민이 매일, 매시간, 매분 군부에 의한 잔혹 행위와 반인도적 범죄로 고통받고 있고, 일부는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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