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티켓을 거머쥐려는 ‘투톱’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닷새밖에 남지 않은 후보 선출(11월 5일)을 앞두고도 승부의 균형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탓이다. 1일 당원투표가 시작되는 만큼 ‘상대를 때려야 당심을 잡는다’는 절박함에 양측의 네거티브 경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공천 협박' 두고 洪 "정계 퇴출", 尹 "구태 끝판왕"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주말 내내 ‘공천 협박’ 논란을 두고 날 선 발언을 주고받았다. 발단은 30일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익명 글이었다. 자신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아들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윤 전 총장 대선캠프의 주호영ㆍ권성동 의원이 아버지에게 전화해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낮게 나온 지역은 공천을 받기 힘들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홍 의원은 곧장 “해괴망측한 짓”이라며 “사실이라면 (주ㆍ권 의원을) 정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그는 3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민심에 역행하는 투표를 주문하면 당협위원장이나 의원들의 입지가 없어진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권 의원은 “두 번이나 당 대표를 하며 당을 망친 장본인이 대통령이 되고 싶어 중상모략을 하느냐”면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외려 홍 의원이 공천권을 악용하고 있다고 역공했다. 홍 의원이 지지행사가 예정된 경기 포천에서 당협위원장이 또 다른 당원 행사를 예고하자 “해당 당협위원장은 나중에 지방선거 공천 추천권을 주지 않겠다”고 발언한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천권 협박으로 구태정치의 끝판왕을 자임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 측은 이날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 합류한 박성민 의원이 울산지역에서 조직적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대의 개인적 자질을 겨냥한 막말도 난무했다. 홍 의원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을 “문재인 정권이 설치한 의혹의 시한폭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후보”라고 폄하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 대선캠프는 김병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홍 의원은 저급하고 준비가 전혀 안 된 빈깡통 후보”라고 맞받았다.
공략 교집합은 '전통 보수·2030'
거친 비방전의 종착역은 당심을 내 편으로 만드는 데에 있다. 홍 의원은 이날 “대통령이 돼 특별사면권을 갖는 즉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 어필하는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윤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박근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모임’의 공식 지지를 얻었다고 했지만,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다른 팬클럽은 이달 초 홍 의원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이들의 표심이 특정 후보로 쏠린 상황은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에 대거 입당한 203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두 후보의 경쟁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홍 의원이 앞서 23일 ‘SNL 코리아’에 나와 청년층의 관심을 받자, 윤 전 총장도 30일 같은 방송에 출연한 게 대표적이다. “당 대표의 젊은 리더십은 당의 변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31일 홍 의원), “이준석 대표와 손잡고 큰 그릇의 정당을 만들겠다”(28일 윤 전 총장) 등 이 대표에게 구애하는 전략도 비슷한 맥락이다.
믿을 구석도, 승리 보장도 '당심'
최근 전두환 옹호 발언과 반려견 사과 사진으로 수세에 몰린 윤 전 총장은 비방전에 대한 비난 여론에도 당심에 올인해야 하는 처지다. 당원투표 비중이 50%에 달하는 만큼, 여론조사에서 조금 밀리더라도 당원 표심만 확실히 잡으면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거꾸로 홍 의원 역시 윤 전 총장이 우위를 보이는 당심을 최대한 많이 빼앗아야 후보가 될 수 있어 공격 일변도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과열되는 막판 경선 분위기에 비례해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각 예비후보에게 서신을 발송해 “품위 있고 절제된 모습이 국민과 당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제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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