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예측 빗나가... 공명당 없이 안정적 정국 운영
입헌민주당, 공산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오히려 '독'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 등 거물 정치인 잇단 낙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10월 31일 치러진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크게 선전했다. 총리 취임 4주 만에 '속전속결'로 선거를 치른 승부수가 통한 셈이다. 자민당은 10월 31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후 발표된 NHK 출구조사에서 과반수(233석) 달성조차 "아슬아슬하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종 개표 결과 '절대 안정 다수'라 불리는 261석을 획득했다.
지난 10월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로 힘겨웠던 선거전을 승리로 이끌며 앞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입헌민주당과 일본공산당은 이전보다 오히려 의석이 줄어 후보 단일화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셈이 됐다. 반면 우파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의석을 41석으로 네 배 가까이 늘이며 제3당으로 올라섰다.
자민당 단독 절대 안정 다수 확보... 공명 합치면 293석
1일 오전 5시30분쯤 NHK 등 일본 언론이 발표한 총선 최종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지역구(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등 전체 465석 가운데 단독으로 261석을 획득했다. 모든 상임위에서 위원을 과반수 확보하고 상임위원장도 독점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 의석에 해당한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32석을 얻어, 이전(29석)보다 소폭 늘었다. 자민당과 합하면 총 293석에 달해,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3분의 2 의석(310석)에는 못 미친다. 다만 이번에 41석을 얻은 우파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교육 무상화' '지방 분권' 등을 앞세워 개헌에 찬성하고 있어 3당이 합의할 경우 가능하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4개 야당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지만 이전(109석)보다 의석 수가 줄어 든 96석에 그쳐 에다노 유키오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를 함께 했던 일본공산당 역시 이전(12석)보다 2석 줄어 든 10석에 머물렀다. 국민민주당(이전 8석)이 11석, 레이와신센구미(이전 1석)가 3석을 획득해 이전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고 사민당은 1석을 유지했다. 반면 우파 야당이어서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일본유신회는 이전(11석)의 약 4배에 달하는 41석을 획득하며 제3당으로 부상했다. 오사카유신회라는 지역 정당으로 출발한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에서는 후보를 낸 15개 지역구에서 모두 승리했다.
입헌민주당 의석 줄며 참패... 공산당과 단일화 오히려 '독'
입헌민주당은 일부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자민당 유력 후보를 낙선시킨 경우도 있었지만 공산당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더 크게 작용해 참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리버럴'이라 불리는 진보 계열 지지자 내에도 공산당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유권자가 상당수다.
자민당도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냐 공산주의냐 선택하는 선거"라며 공산당에 대한 불안을 자극했고, 비례 투표에서 '자민당의 견제 세력'으로서 입헌민주당 대신 일본유신회를 선택한 유권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입헌민주당의 지지세력이었던 일본의 대기업 노조 중심 노총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도 이번에 공산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기시다 정국 운영에 탄력... 아마리 사임으로 '기시다 색깔' 낼지 관심
일부 매체가 자민당의 단독 과반 달성도 불확실하다고 예상했을 정도로 쉽지 않았던 총선에서 자민당이 단독으로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을 확보, 이전(276석)보다 불과 15석 감소하는 데 그치며 예상을 넘는 선전을 함에 따라 기시다 총리의 정국 운영에 탄력이 붙게 됐다.
한편으론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부총재와 더불어 '3A'로 불리며 기시다 내각이 '간판만 바꿔 단 아베 내각'이라는 인상을 줬던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이 임명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사임 의향을 표명, 앞으로 당이나 국정 운영에서 '기시다 색'을 드러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이번 선거를 총지휘한 아마리 간사장은 정작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입헌민주당 후보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비례대표로 간신히 부활했다.
17선 노리던 거물 정치인도 낙선... 세대 교체 요구 드러나
아마리 간사장 외에도 이번에는 거물 정치인이 잇따라 지역구에서 낙선해 유권자들의 세대 교체 의사가 드러났다. 소수 파벌이지만 이시하라파의 수장이고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의 장남인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국토교통장관은 지역구에서 낙선하고 비례 부활도 하지 못했다. 17번째 당선을 노렸던 노다 다케시 전 자치장관, 하라다 요시아키 전 환경장관, 야마모토 고조 전 지방창생장관도 의석을 잃었다.
입헌민주당에서도 민주당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맡았던 히라노 히로후미 선거대책위원장과 쓰지모토 키요미 부대표가 모두 오사카에서 일본유신회에 밀려 낙선했다. 오자와 이치로 역시 그동안 17번이나 당선됐던 지역구에서 패배했으나 비례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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