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주도 ‘공급망 글로벌 정상회의’
14개 우방 모아 '협력' 당부
문 대통령 "공정한 무역질서 복원"
미중 갈등 속 '한국 끌어들이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공급망 글로벌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글로벌 물류대란에 공동 대응하자"고 밝혔다. 미국은 우방국 중심으로 14개국 정상을 초청했는데,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발언했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해 한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지만,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 '한국 끌어들이기'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 "공정한 무역질서"... 바이든에 밀착
문 대통령은 이날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회의에서 "완전한 경제회복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기업들이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를 통해 더욱 촘촘한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개방적이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공급망 글로벌 정상회의는 전 세계적 반도체·배터리 공급난 대응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회의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옆에 앉아 미국을 제외한 참가국 정상 중 첫 번째로 발언했다. 발언 순서는 미국이 정했다. 글로벌 물류대란 속에서 반도체·배터리 강국인 한국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간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국을 '반중 포위망'에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회의 참가국은 영국,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 스페인, 인도, 호주,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우방국이다. 중국을 배제하고 동맹국과의 협업을 통해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회의인 셈이다.
'안보동맹' 美·'최대 교역국' 中 동시 의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G20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며 과학기술 혁신에 백해무익하다"고 견제한 바 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중 포위망' 움직임에 반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단은 미국에 코드를 맞춘 셈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이 모여 공급망 회복 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하면서다. 또 미국의 '공급망 강화' 움직임에 호응한 배경에는 세계 공급망 회복력 확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을 겨냥한 듯한 표현은 피하면서 수위를 조절했다. 미국이 말하는 '안정적인 공급망'은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인 만큼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안보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동시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 "노동자 존엄성 지원" 中 간접 비판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오늘날 많은 도전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인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만 "우리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하고, 우리의 기후 목표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중국이 민감해 하는 강제 노동, 아동 노동을 언급하면서 말속에 가시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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