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리솜·롯데월드아쿠아리움 "전시 고래류 방류"
전문가들 "개체 종류, 건강상태 등 신중히 고려해야"
수족관 업체들이 전시 중인 고래류를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동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시를 중단하고 방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건 긍정적이지만 개체의 종류, 건강 등을 충분히 고려해 방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일 동물자유연대(동자연)에 따르면 퍼시픽 리솜(옛 퍼시픽랜드)의 쇼돌고래 '바다'(6세)가 지난 9월 사망했다. 바다는 2015년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일본 다이지에서 잡힌 큰돌고래 사이 수족관에서 태어난 혼종 돌고래로, 사인은 위벽에 구멍이 생기는 '위천공'이었다. 동자연은 "퍼시픽 리솜은 돌고래뿐 아니라 원숭이, 바다사자 등 동물쇼를 이어오는 곳이다"라며 "남겨진 돌고래를 자연 형태의 시설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다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퍼시픽 리솜을 소유한 호반그룹은 연초부터 돌고래 방류를 결정하고 전문가·유관단체들과 협의를 가져 왔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혔다. 호반그룹은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방류 방안, 비용 등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연초 돌고래 방류를 결정한 것은 맞다"라며 "제주도와 방류계획 승인, 비용문제 등에 대해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족관에서 오래 생활한 고래류의 복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방류에 대해선 엇갈리고 있다. 김병엽 고래해양보전연구센터장은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의 경우 제돌이, 삼팔이 무리가 있는 곳에 방류해 합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큰돌고래는 주 서식지가 일본이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행동반경이 넓다"라며 "일본 근처 해류에 방류하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방류 명분만 내세울 게 아니라 개체 복지 따져봐야
반면 고래류 방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래류 방류의 전제는 야생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방류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의 경우 지금까지도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남방큰돌고래의 수명이 25~30년이다. 비봉이는 이미 27세다"라며 "기존 제돌이, 삼팔이 등은 방류 당시 어렸고, 수족관 생활이 짧았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류라는 명분만 내세울 게 아니라 개체의 행복을 가장 먼저 따져야 한다"라며 "방류가 어렵다면 쇼를 중단하고 소음공해가 없는 공간에서 여생을 보내게 해주면서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제안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제돌이를 포함, 남방큰돌고래 방류는 잡힌 지 오래되지 않았고, 회유성 동물이라 운이 좋았던 경우다"라며 "모든 고래류가 바다에 풀어놓는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래류는 지능이 높고 자의식이 있는 동물인데 야생에 적응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풀어놓는 건 잔인한 일이다"라며 "고래들이 폐사하면서 겪을 고통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식지가 다른 큰돌고래 방류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대표는 "방류가 쉬웠다면 2017년 당시 서울대공원이 태지를 힘들게 퍼시픽랜드로 보냈겠느냐"라며 "해외에서도 방류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수족관 문을 닫으면서 개체를 방류하지 않고 다른 나라 수족관으로 보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롯데 "벨라, 완전 방류 목표"에 해외 전문가 "신중해야"
앞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도 2019년 10월 벨루가 '벨리'가 사망하면서 홀로 남은 '벨라'(12세)의 방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벨라의 상태가 아주 건강하다"라며 "캐나다를 포함, 아이슬란드 등 바다쉼터에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최종 목적은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찰스 비닉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이사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방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는 너무나 복잡한 작업이다"라며 "벨라는 잡힌 지 10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방류를 위한 관련 정보를 더욱 알기 어렵다"라고 방류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방류가 사실 제일 쉽다. 하지만 준비 없는 방류는 고래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라며 "방류 외에 개체들의 종류, 상태를 고려해 이들의 복지수준을 높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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