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와 함께 예방접종 완료자가 크게 늘면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가격리되는 사람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의 제약은 크게 사라지겠지만, 전문가들은 돌파감염 폭증을 걱정하고 있다. 첫 관문은 지난 주말 핼러윈이다.
접종완료자는 확진자 나와도 출근 가능
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부터 시행돼온 접종완료자 자가격리 면제 혜택이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9월 30일만 해도 접종완료자는 전 국민의 49%에 머물렀는데, 이날 0시 기준으론 75.3%다. 확진자와 접촉해도 자가격리를 안 해도 되는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접종완료자는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 유전자(PCR)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오면 ‘수동감시’에 들어간다. 격리 없이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되, 열흘간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대신 다중이용시설 방문은 자제하는 방식이다. 물론 증상이 있거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 그 즉시 자가격리 후 확진자로 전환한다.
가령 회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시간대에 근무했어도 접종을 완료했고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기존처럼 출근해 일해도 무방하다. 미접종자 동료만 열흘간 자가격리한다. 예전처럼 무조건 사무실을 폐쇄하고 재택근무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
접종완료자와 미접종자가 함께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면 접종완료자는 검사만 받으면 되지만, 미접종자는 검사와 격리가 모두 의무다. 미성년인 자녀가 접촉자로 자가격리돼도 같은 집에 사는 부모는 접종을 완료했다면 해당 자녀와 별도 공간을 쓰면서 격리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확진자 주변에 대한 역학조사 체계도 일부 바꾼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확진자 발생 시 가족, 동료, 감염취약 혹은 고위험시설 접촉자부터 24시간 안에 역학조사를 끝낸다. 백신 접종률이 어느 수준에 이른 만큼 가장 전파 가능성이 높고, 가장 위험한 집단부터 우선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방역 구멍으로 돌파감염 늘까 우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역에 ‘구멍’이 생길까 걱정한다. 확진자와 접촉했는데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평소처럼 출근하다가 뒤늦게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신 접종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날수록 돌파감염 가능성도 높다. 접종완료 후 한 달이면 항체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3~6개월엔 초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유지되다 8개월쯤 되면 거의 떨어진다는 보고까지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돌파감염자의 중증 가능성이 낮다 해도 코로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은 미접종 감염자와 같다”며 “위드 코로나라도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회사 자체적으로 자가격리나 재택근무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역학조사 우선순위를 조정한 것도 결국 다중이용시설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동선이 겹친 방문자가 확진자의 가족보다 늦게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검사가 늦어지는 사이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다중이용시설 방문자들에게 확진자 발생을 자동으로 통보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 2, 3배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핼러윈 데이 기간이었던 지난달 29~31일 전국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1,260명이 적발됐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밀폐된 술집과 음식점 내부에서 방역 상태가 어땠는지에 따라 향후 대규모 확진 발생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