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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MT는 '행사'일까, '모임'일까… 정부 지침 부재에 현장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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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MT는 '행사'일까, '모임'일까… 정부 지침 부재에 현장 혼선

입력
2021.1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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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MT 계획하고 '모임 가능 인원' 문의하자
중수본·질병청은 "세부사항은 지자체에 물어라"
지자체는 "대학 공식행사 맞다" "사적모임" 제각각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의 방역체계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주요 대학들이 대면수업 확대를 선언한 가운데 1일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의 방역체계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주요 대학들이 대면수업 확대를 선언한 가운데 1일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대학들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에 맞춰 엠티(MT)를 재개하려다가 혼선을 빚고 있다. 모임 인원이 여전히 제한되는 상황에서, MT를 사적 모임(최대 10~12명)으로 볼지 학내 행사(100명 미만)로 볼지에 대한 정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4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강대 국제인문학부는 이달 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 춘천시 강촌 유원지로 MT를 가려고 했지만 계획이 무산됐다. 이 학부 운영위원회(학생회)는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에게 "당국에 문의한 결과, MT나 OT(오리엔테이션·신입생 환영 행사) 같은 학생자치단체 주최 행사는 (학내)공식행사라서 100인 미만까지 (참여) 가능하다"고 알렸다가, 같은 날 오후 "학교 중앙운영위원회 의결로 MT가 무산됐다"고 공지했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이 학교 학생자치 최고기구다.

이런 혼선은 MT의 행사 성격을 판단할 공식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 컸다. 운영위원회 측에 따르면, 위원회는 MT 개최가 가능할지 여부를 타진하려 '방역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질병관리청에 먼저 문의했지만 '세부적 지침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운영위는 학교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시와 당초 MT 장소로 염두에 뒀던 경기 가평군의 감염병관리과에 문의했는데, 두 곳 모두 'MT는 학내 행사로 볼 수 있다'는 지침을 줬다. 숙박장소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는, 보다 세부적 문의에만 입장이 다른 정도였다.

하지만 운영위가 행사 장소를 강원 춘천시 강촌 유원지로 변경하고 춘천시보건소에 문의했을 땐 전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MT는 사적 모임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춘천시청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춘천 지역에서 MT가 가능한지를 묻는 대학들의 전화가 오기에 'MT는 사적 모임이라 12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하고 그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MT를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학생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운영위원장 허모(21)씨는 "MT가 '공적 모임'이라는 확인을 받고자 관계당국에 두루 문의했지만 결국 명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면서 "코로나 유행 이후 입학해 MT 행사에 참가할 기회가 없었던 20, 21학번들의 기대감이 컸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당국 간 혼선은 다른 부처에서도 확인된다. 교육부는 MT를 학교 행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지침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교육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생회나 동아리가 대학본부와 협의를 거쳤다면 MT, OT, 대학축제 등을 학교 행사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MT는 학생끼리 가는 경우도 있고 교수님들이 같이 가서 학과설명회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일괄적으로 (학교 행사인지 여부를) 정하기는 어렵다"면서 "학교 본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자 지자체들도 혼란을 느끼는 분위기다. 춘천시청 관계자는 "결혼식, 돌잔치, 장례식과 같은 행사는 각각 명확한 방역 지침이 있지만 MT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면서 "명확한 지침이 없으니 보수적 입장을 취하면서 (MT를) 사적 모임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광현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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