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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엔 안주머니가 왜 없죠? "성차별 없는 옷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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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엔 안주머니가 왜 없죠? "성차별 없는 옷 만듭니다"

입력
2021.11.03 22: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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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 브랜드 '퓨즈서울' 김수정 대표
작은 사이즈·싸구려 원단 등 의류 성차별 지적
남성복만큼 편하고 질 좋게… 매출 50억 앞둬

한 의류 브랜드의 여남 트렌치코트 제품 사진. 남성용(왼쪽)은 안주머니까지 총 세 개의 주머니가 있지만, 여성용은 주머니가 두 개다. 남성용은 겉주머니에 소지품이 빠지지 않도록 주머니 입구를 여밀 수 있는 단추가 달려있지만, 여성용엔 없다. 퓨즈서울 제공

한 의류 브랜드의 여남 트렌치코트 제품 사진. 남성용(왼쪽)은 안주머니까지 총 세 개의 주머니가 있지만, 여성용은 주머니가 두 개다. 남성용은 겉주머니에 소지품이 빠지지 않도록 주머니 입구를 여밀 수 있는 단추가 달려있지만, 여성용엔 없다. 퓨즈서울 제공

'이 값 주고 살 옷은 아니네요.' 여성쇼핑몰 제품후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이다.

많은 여성복이 남성복보다 훨씬 사이즈가 작고, 싸구려 원단을 쓰며 주머니·안감을 없애고 허술한 마감질을 하는 것은 '보여지는 라인'만 강조하는 오랜 관행 때문이라는 게 김수정(28) 퓨즈서울 대표의 생각이다.

'젠더리스' 의류 브랜드 퓨즈서울은 소비자가 옷의 값어치를 제대로 느끼게 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지난 2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단벌신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남자는 옷 한 벌 사면 오래 입는다는 인식 때문에 같은 가격에도 품질 좋은 옷을 만들었던 것 같다"며 "그사이 여성은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르고 더 비싼값에 질 낮은 옷을 구입했던 셈"이라고 말했다.

남성복에는 있고, 여성복에는 없는 것

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젠더리스 의류 브랜드 퓨즈서울 김수정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젠더리스 의류 브랜드 퓨즈서울 김수정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원단과 안사양까지 꼼꼼하게 제작해 품질을 향상한 린넨 재킷. 퓨즈서울 제공

원단과 안사양까지 꼼꼼하게 제작해 품질을 향상한 린넨 재킷. 퓨즈서울 제공

퓨즈서울은 2016년부터 여성쇼핑몰을 운영하던 김 대표가 2018년 따로 론칭한 브랜드다. 남성복에 쓰이는 좋은 원단과 봉제기술, 활동성을 고려한 편한 옷을 김 대표가 직접 디자인해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한다.

처음엔 젠더이슈에 묶여 특정 계층 위주로 팔렸지만, 품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남성 고객까지 유입돼 올해 매출 50억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옷에 숨은 차별을 분석한 에세이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시공사)를 펴내기도 했다.

시작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으로 페미니즘에 눈뜨면서부터였다. 분노를 담아 티셔츠에 '걸스 캔 두 애니띵(Girls can do anything)' 문구를 새겼는데, 그 해 여름에만 1만 장을 팔았다. "이렇게 수요가 많은데, 업계 누구도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더라고요. 누군가 왜 이런 걸 하냐고 물으면 '아무도 안 하니까'라고 답했어요."

남성복과 비교해보니 여성복은 제작부터 유통 과정까지 부조리했다. 김 대표는 "한 브랜드에서 나온 커플룩도 남성용은 착용감 좋은 TR원단을, 여성용은 저렴한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사용한다"며 "남성용 바지에만 허리 안감이 있거나, 올이 풀리지 않는 봉제법('쌈솔' 방식)을 쓰는 등 차별적인 요소는 수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커플룩으로 출시된 남성복과 여성복. 여성복은 아동용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이즈가 작다. 퓨즈서울 제공

커플룩으로 출시된 남성복과 여성복. 여성복은 아동용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이즈가 작다. 퓨즈서울 제공

매년 매출이 두 배씩 오르자 김 대표는 점점 확신이 생겼다. 일상복에서 운동복, 생활한복으로 카테고리를 늘려갔다. 최근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중심의 '가치소비'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더욱 입소문을 타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이 향후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제품이 좋으면 결국 사게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퓨즈서울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하반기 오프라인 매장 개점도 추진 중이다. 지금보다 대중성을 높이는 숙제도 안고 있다. 김 대표는 "MZ세대는 신생 브랜드라도 직접 체험해보고 추천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퓨즈서울도 그렇게 커온 것"이라며 "인플루언서 마케팅, 굿즈 사업 등을 확대해 소비자 접점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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