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수단 등 4개국서 쿠데타로 정부 전복
마다가스카르 등에서도 군사정변 시도 잇따라
"의료 체계 마비·물가 급등... 경제 위기 심화 탓"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프리가 국가들의 정국 혼란까지 부추긴 것일까. 올해 들어 아프리카에서 예년 수준보다 훨씬 잦아진 군부 쿠데타에는 코로나19의 후폭풍도 주요 발생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뜩이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아프리카 대륙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대재난을 맞은 탓에 더욱 큰 혼란을 겪었다는 얘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지난달 25일 수단의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이 일으킨 쿠데타로, 올해에만 아프리카에선 네 차례가 쿠데타가 실행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수단에 앞서 기니와 차드, 말리에서도 쿠데타와 함께 군사정권이 들어섰다. 실패하긴 했지만 마다가스카르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니제르에서도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평균적으로 1년에 2회 정도였던 아프리카 내 쿠데타에 비해 현격히 많은 수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수단 쿠데타 발생 후 “쿠데타의 전염병”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쿠데타 원인은 대동소이하다. 국가 경제력이 워낙 약한 데다, 정부도 부패하자 군부가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눈에 띄는 건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도 쿠데타를 유발한 핵심 요인 중 하나로 볼 법하다는 점이다. WSJ는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의료 체계 부담이 가중됐고, 식품 가격도 급등하는 등 사상 최악의 경제 위축 상태에 빠졌다”고 짚었다. 예컨대 수단의 경우, 물가가 4배 가까이 치솟아 극심한 식량 위기 및 기본 생필품 부족을 겪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결국 코로나19가 불러온 사회 혼란이 군부 쿠데타를 촉발함은 물론, 심지어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쿠데타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노력도 예전 같지 않다. WSJ는 각국 외교관 및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강대국이 독재정권과 타협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대일로’ 정책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은 불개입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러시아는 되레 일부 국가의 쿠데타 세력과 협조하는 정황까지 엿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재정 지원 중단 카드를 빼드는 등 쿠데타 세력을 압박하고 있으나, 통일된 행동은 취해지지 않고 있다. WSJ는 “수단 쿠데타 직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7억 달러(약 8,300억 원)의 일괄원조법안을 철회한다고 밝힌 반면, EU는 비난 메시지만 발표했을 뿐 실제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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