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콜택시를 부르면 대기시간이 평균 26분이라고 하지만, 혼잡 시간엔 1시간 반이나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요. 국가에 등록된 장애인만 이용 가능하다 보니, 저시력자나 일시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힘든 사람 같은 교통 약자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고요. 차라리 이들 교통 약자를 한데 묶은 '모두를 위한 택시'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4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택시 서비스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내놓은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의 제안이다. 이날 토론회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협동조합인 무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이 참여해 장애인 콜택시의 한계와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논의했다.
홍 이사장의 제안은 장애인 외출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탑승 가능한 저상버스의 국내 도입률은 28.8%다. 택시는 대부분 트렁크에 LPG 연료탱크가 있는 승용차라 접는 휠체어를 싣는 것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에 의존한다. 하지만 장애인 콜택시 요금은 일반 택시의 30% 수준이다 보니 수익성이 낮아 업체들의 참여가 적다. 중증장애인 150명당 콜택시 1대씩 두도록 한 교통약자법이 있으니 그나마 법정 대수에 맞춰 전국에 3,917대가 있지만, 지자체 사정에 따라 운영비가 들쭉날쭉해 안정적 운영도 어렵다.
홍 이사장의 제안은 이럴 바에야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로 장애인 콜택시를 좁게 운영할 게 아니라,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아동, 임산부 등 평소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로 확대해 보자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여기에다 '모두를 위한 택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렇게 하면 장애인뿐 아니라 12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와 영유아 동반자까지 포함하는 교통약자는 인구의 30%를 차지하기에 '모두를 위한 택시'는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 민간 사업자들이 참여할 만한 요소다. 교통약자법 적용대상을 장애인 콜택시 너머 일반 택시에까지 적용해야 한다.
걸림돌은 휠체어 리프트 등 개조 비용와 운행 부담이다. 장애인 차량은 휠체어 공간을 확보하고 개조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스타렉스, 카니발 같은 대형 SUV를 개조해서 쓰는데, 그 비용이 수천만원대다. 휠체어 공간이 확보된 수입차량은 1억5,000만 원 정도다. 청각장애인 택시 ‘고요한M’을 운영하는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는 “차량 구매 시, 그리고 장애인 이용 건수에 따른 정부의 보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가장 우선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 이용이 많은 시간대에는 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는 이 같은 사례가 많다. 장애 등 일체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일본의 UD 택시, 대만의 유니캡, 영국의 블랙 캡 등이 대표적이다. 홍윤희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요금이 조금 비싸도 휠체어가 들어가는 SUV 타입의 ‘옐로캡’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어 장애인 등록 없이도 아무나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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