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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려면 눈에 보이는 존재 죽여야” 환청에 5명 살상한 日 남성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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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려면 눈에 보이는 존재 죽여야” 환청에 5명 살상한 日 남성 무죄

입력
2021.11.04 18:00
수정
2021.11.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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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모친 포함 3명 살해 2명 중상 입혀
정상적인 판단 불가능한
심신 상실 상태 가능성 인정

고베시 주오구 소재 고베지방재판소 전경. 구글스트리트뷰 캡처

고베시 주오구 소재 고베지방재판소 전경. 구글스트리트뷰 캡처


4년 전 일본 고베시에서 “원하는 여성과 결혼하려면 눈에 보이는 존재를 죽여야 한다”는 환청과 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의 조부모를 포함한 5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거나 중상을 입힌 남성에게 4일 무죄가 선고됐다. 범행 당시 심한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는 중증 조현병 상태였기 때문에 ‘심신 상실’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베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2017년 고베시 기타구에서 친족 등 5명을 살상해 살인죄 등의 혐의를 받은 다케시마 가나미(30)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상적인 정신 작용이 기능하고 있지 않고, 망상 등의 정신질환의 압도적 영향하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심을 불식할 수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검찰 측은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변호인 측은 무죄를 주장했는데, 정상적 판단이 불가능한 심신 상실 상태였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7년 7월 자택에서 조부모를 부엌칼로 찌르는 등 살해하고 근처에 있던 다른 여성도 숨지게 했다. 자신의 모친과 인근에 사는 다른 여성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사건 4일 전 피고인은 인터넷의 게시판에서 본 숫자로부터 고등전문학교 시절 동급생이었던 여학생의 출석 번호를 떠올린 뒤 운명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때 ‘신사에 와 주면 결혼하겠다’는 등 여성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렸고, 자신과 그 여성 이외에는 사람이 아니다, 결혼하려면 눈에 띄는 존재를 죽여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친족들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피고인의 모친은 법정에서 “정신과 진찰을 한 적이 없고 정신장애라고 느꼈던 적이 없다”고 증언했지만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정신감정을 의뢰한 의사들은 모두 피고인이 ‘통합실조증’(조현병)이라고 진단했다. 변호인 측 의사는 “망상이 황당무계하고 증상이 무겁다”면서 “덮친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투약 치료로 진정돼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은 “사건 며칠 후에야 내가 덮친 상대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환청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검찰 측이 의뢰한 의사 2명의 의견은 갈렸다. 1명은 변호인 측 의사와 마찬가지로 중증이라고 진단했지만 다른 의사는 피고인이 “엄마에게 나와 결혼한다고 얘기하라”는 여성의 환청을 듣고도 얘기하지 않은 점, 사건 직후 경찰관에게 “큰일을 저질렀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정상적인 정신상태도 엿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검찰 측은 두 번째 의사의 의견을 기초로 피고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심신 상실 상태에서 형사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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