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 벨라 야생적응훈련 중, 최종 목표는 야생 방류"
방류기술위 내에서도 원서식지 야생방류 위험 제기
생크추어리 이송, 야생 방류든 현실화엔 많은 과제 남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내년 말까지 2년 넘게 홀로 살고 있는 벨루가 '벨라'를 야생적응장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최종 목표는 벨라를 '야생 방류'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롯데월드 방류기술위원회 내에서도 원서식지인 러시아 야생 방류는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데다 해외 전문가들도 벨라의 포획 시기, 나이 등을 감안할 때 야생 방류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어 방류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웰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벨루가 야생 방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벨루가 개체(벨라)에 대한 과학적 조사 연구를 한 이후 건강하게 야생성을 회복해 원래 개체군과 합류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벨라의 인지력, 적응력, 체력에 따라 생크추어리(보호시설)에 살아갈지, 야생방류를 할지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 "아이슬란드 생크추어리와 접촉... 모든 방안 검토"
롯데월드에 따르면 벨루가 방류 절차는 크게 7단계로 현재 1~3단계에 해당하는 건강평가, 방류지 적합성 평가, 야생 적응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2022년 말 4단계에 해당하는 방류 적응장 이송에 이어 방류지 현지 적응, 방류 적합성 판정을 거쳐 최종 야생 방류를 한다는 게 목표다.
롯데월드는 벨라에 대해 건강관리 평가와 사육환경 평가로 구성된 건강 평가를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양포유류 전문 수의사가 있는 해외 파트너사와 비디오 영상, 사육기록 확인을 통해 지난달 건강관리평가를 완료했고, 사육환경 평가는 해외 파트너사가 내년 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방문해 실시할 예정이다.
롯데월드는 또 해외 생크추어리에 이송하는 방안을 포함해 국내외 야생 적응 후보지를 검토해 왔다고 전했다. 벨루가 야생 방류를 위해서는 벨루가의 계군 환경, 개체군 분포, 유전자 계군 분석 등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는 게 롯데월드 측의 설명이다.
고 관장은 "야생 방류를 위해선 어떠한 방류지를 선택하더라도 생크추어리를 거칠 수밖에 없다"라며 "생크추어리를 운영 중이거나 앞으로 지을 계획 중인 곳은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슬란드 생크추어리는 이미 중국 수족관으로부터 벨루가를 인수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라며 "아이슬란드 생크추어리에 접촉을 했고 가능성을 두고 있다. (생크추어리를 지을) 캐나다 등도 계속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고 관장, 장유경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사무관, 손호선 해수부 고래연구센터장, 어경연 세명대학 보건바이오대학 교수,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등 방류 기술위원들이 참석했다.
벨라, 야생방류 조건 충족하기 어렵다.. 신중해야
하지만 벨라가 실제 생크추어리로 가기까지, 또 방류하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생크추어리는 영국 테마파크인 멀린엔터테인먼트가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에서 운영 중인 단 1곳뿐이다. 때문에 롯데월드도 이곳을 1순위로 꼽고 접촉해왔지만 2년이 넘도록 실질적인 협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생크추어리는 야생으로 보내기 어려운 개체들을 평생 돌보도록 만들어진 시설로, 롯데가 주장하는 것처럼 생크추어리를 야생적응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방류기술위원인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생크추어리와 야생적응장은 다른 개념이다"라며 "어떤 생크추어리도 야생으로 개체를 돌려보내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야생 방류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방류가 성공하려면 수족관 생활이 짧고, 개체가 건강해야 하며 나이가 어리고, 가능하면 짝을 지어서 원서식지에 방류해야 하는데 벨라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서다. 벨라는 어릴 때 포획된 데다 수족관 생활이 10년 가까이 되고, 홀로 살고 있어 짝을 지을 무리도 없다. 때문에 한화 계열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홀로 살고 있는 벨루가 '루비'와 함께 생크추어리로 보내는 것도 검토되고 있으나 한화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전채은 대표는 "러시아 야생 방류는 위험하다는 입장을 롯데에 전달했다"라며 "고래류는 높은 지능과 자의식이 있는 동물이라 그만큼 방류가 어렵기 때문에 생크추어리가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에 2023년 개관을 목표로 생크추어리를 짓고 있는 찰스 비닉 고래생크추어리프로젝트 이사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는 너무나 복잡한 작업이다"라며 "방류를 위해선 벨라가 어느 지역에서 잡혔고, 어떤 그룹에 속해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방류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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