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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고혈압 약도 줄이고 튼튼한 심장 만들 수 있을까?

입력
2021.11.08 18:40
수정
2021.11.08 20: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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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기획이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위드 코로나’ 시대다. 진료실을 찾는 어르신들은 이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무사히 마치고, 독감 예방접종도 스스로 알아서 맞고 외래를 찾는다.

매년 이맘때면 독감 예방접종을 하라고 여러 번 권고해도 ‘여태 잘 살아왔는데 굳이 맞아야 하느냐’고 고집을 부리던 환자들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졌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독감 유행이 가까이 왔기에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건강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평소 혈압에 무관심하던 젊은이도 혈압약을 먹는 부모에게 가정혈압계를 사드리거나 가족들이 심장병ㆍ뇌출혈 같은 고혈압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진료실을 스스로 찾기도 한다.

몇 가지 혈압 기본 검사를 하고 고혈압과 합병증이 진단되면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 있다. “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면서요?”

많은 고혈압 환자나 일반인에게 이제 소리 없이 심ㆍ뇌혈관 합병증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고혈압 위험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걱정이 돼 병원에 오기는 왔는데, 막상 치료하려고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니 이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도 적잖게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고혈압 치료=약물 치료’, 즉 약으로만 고혈압을 치료한다고 여기는 것은 고혈압 치료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물론 심ㆍ뇌혈관 합병증이 이미 있거나 당장 높은 혈압은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1기 고혈압이나 고혈압 전 단계여서 위험이 크지 않다면 먼저 생활 습관을 개선하라고 환자들에게 권유한다.

혈압을 높이는 생활 습관은 흡연ㆍ과도한 음주ㆍ운동 부족ㆍ비만ㆍ스트레스 등이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꾸준히 운동하고, 체중을 줄이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하면 혈압이 많이 안정된다.

특히 나쁜 습관으로 혈압이 많이 오른 환자일수록 이런 잘못된 생활 습관을 잘 고쳐가면서 혈압이 내려가는 것을 경험하고, 더 적극적으로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코로나19로 회식과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건강한 가정 식단을 많이 찾게 되고, 집안에서나 근처 공원ㆍ강변ㆍ둘레길 등을 활용해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를 한 후 몇 달 뒤에 혈압약을 하나 줄일 정도로 혈압이 많이 안정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의사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고, 환자 본인도 혈압약을 스스로 줄일 수 있게 되어 매우 바람직한 상황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고혈압 초기나 혈압약을 여러 개 먹고 있는 환자라도 약을 줄이거나 반 알 정도 먹던 약을 끊기도 한다. 몇 개월 후를 기약하면서 진료실을 나서는 환자에게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고, 꾸준히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면서 스스로 혈압을 관리하라고 강조한다.

최근 미국심장협회지인 ‘순환기(Circulation)’에 실린 TRIUMPH 연구가 주목을 끌었다. 미국 듀크대에서 혈압약을 3가지 이상 먹어도 혈압 조절이 잘 안 되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 150명을 기존 방식처럼 단순히 권고ㆍ교육만 하는 것보다 여러 관련 전문가가 식이 요법ㆍ운동을 4개월간 특별 지도했더니 수축기(최고) 혈압이 5 이상 더 떨어졌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약으로도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도 개선된다는 의미 있는 연구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기획이사)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대한고혈압학회 기획이사)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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