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제20대 대선을 향한 여야 후보들의 '운명의 승부'가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얻고자 하는 목표는 같지만 각자 내세운 무기는 판이하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출신의 이 후보는 지방행정에서 보여준 '능력'을, 검사로서 27년간 법을 다룬 윤 후보는 '공정'을 내걸었다. 이를 앞세워 경제 회복과 부동산, 기후위기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4개월 뒤 국민들의 최종 선택을 받는 이는 한 명뿐이다.
이재명 '일 잘하는 후보' 앞세워 중도 확장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 과정부터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절대반지처럼 활용해왔다. 선대위 슬로건인 '이재명은 합니다'는 이를 한 문장으로 응축한 것이다. 성남시장(8년)과 경기지사(3년) 재임 기간 정책 능력을 꾸준히 다져왔고 이를 성과로 입증했다고 자신한다. △계곡 정비사업 △지역화폐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 지급 △청년 기본소득 지급 등을 성과로 꼽는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를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저를 국민께서 인정해 주신 것도 오로지 일을 잘 해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적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준비된 대통령"이라고도 자평했다.
당정대립 논란 속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을 주장하고 자칫 '대장동=이재명'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음에도 대장동 방지법을 추진하는 등 정책 화두를 던지는 것은 이러한 자신감에 근거해서다. 국정능력 입증이나 비전 제시보다는 '반(反)문재인' '정권심판'을 외치는 윤 후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능력과 성과를 강조함으로써 '중도 확장' 효과도 노리고 있다. 그는 5일 경북대 강연에서 "나는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고, '옳은 쪽'으로 간다"며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를 떠나 "일을 잘할 후보를 뽑아달라"는 메시지다.
다만 강한 추진력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 지방행정에선 저돌적인 정책 추진이 성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국정에선 '대화와 타협'이란 정치의 본령이 중시된다. 원내 경험이 없는 이 후보가 성과 도출만을 위해 당이나 야권의 반대에도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 측은 "국민들이 효능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인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선택적 차별화'를 밝히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윤석열 '공정' 앞세워 정권교체론 결집
윤 후보가 내세우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단연코 ‘공정’이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위선과 오만을 무너뜨린 장본인이라는 이미지,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진 공정을 바로 세울 수호자를 자처하면서다. 정권교체 여론을 결집하기 위한 비전이자 프레임이다.
정치 입문 이후 일관된 주장이다. 윤 후보는 지난 6월 29일 발표한 정치 선언문에서 '정권교체'를 8번 강조했고, 그 이유를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에서 찾았다. "소수의 이권 카르텔" "국민 약탈" 등의 분노에 찬 표현이 많았지만 그의 지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 5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현 정부와 여권을 한 데 묶어 '부패가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해 법질서를 왜곡'하는 교체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기득권의 나라' '약탈의 대한민국'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자신이 만들 미래의 대한민국을 '기회의 나라' '공정의 대한민국'이라고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이를 실현시킬 키워드가 바로 '공정'인 셈이다.
특히 공정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실정,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도 무관치 않다. 이 후보가 본선 무대에서 대장동 의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할수록 '공정 프레임'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윤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의 싸움"이라고 전선을 확실히 그은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비전이 일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약으로 제시될 수 있느냐는 점은 과제다.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이란 가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2030세대에서 가장 비호감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은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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