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우승하자 "중국 e스포츠 고도성장"
"게임은 정신적 아편" 비판하다 태도 돌변
내년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첫 정식종목
중국이 e스포츠 세계대회 우승에 감격하고 있다. 특히 결승에서 한국을 꺾으면서 중국의 환호성은 배가됐다. 불과 석 달 전 “게임은 아편”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하며 청소년 게임시간을 통제하고, 게임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부모들의 원흉’으로 지목해 옥죄던 것과는 딴판이다.
중국 에드워드게이밍(EDG)이 7일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리던 한국 팀을 꺾었다. EDG로서는 첫 세계대회 우승이다. 밤샘하며 지켜보던 일부 팬들은 거리로 뛰쳐나갔고, 우승팀 깃발을 건물 외벽에 걸려다가 제지당한 학교도 있었다.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조회수는 30억 회를 웃돌았다.
국영 CCTV는 8일 “중국 e스포츠의 고도성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흥을 돋웠다. 환구시보 등 매체들은 “중국의 게임 애호 인구가 4억8,800만 명을 넘어섰다”면서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9년 947억3,000만 위안(17조5,487억 원)에서 2020년 1,365억6,000만 위안(25조2,950억 원)으로 44% 급성장했다”고 가세했다. 중국 난징 지역 대학의 e스포츠 전공 졸업생 95%가 올해 취업에 성공했다는 수치도 제시하며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게임 열기는 내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흥행을 위해 빠질 수 없는 요인이다. 사상 최초로 8개 e스포츠 경기가 대회 정식종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내년 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주최하는 마지막 국제행사다. 스포츠를 넘어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국이 게임에 우호적인 듯 보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성년자 온라인 게임은 ‘사회적 해악’으로 지목돼 뭇매를 맞았다. 관영 신화통신 산하 경제매체가 8월 3일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고 핏대를 세우자 당국은 불과 4주 만에 “금요일과 주말, 휴일 오후 8~9시 1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상 초유의 지침을 내렸다.
한쪽에서는 게임을 틀어막고 다른 쪽에서는 e스포츠 육성에 발벗고 나서는 이상한 모양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달 29일 “중국에서 신규 게임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을 중단한 지 100일이 지났다”고 전했다. 인기 1인칭 슈터(FPS)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미국 에픽게임스는 “15일부터 중국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