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한 채 숨지게 해 지난 8월 존속살해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던 22세 대학생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사연이 최근 알려지면서 선처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패륜범죄로만 알려졌던 이 청년의 사연은 한 탐사전문 매체의 보도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청년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아버지 간병을 전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휴대전화와 가스가 끊기고 쌀을 살 돈마저 떨어져 주변에 2만 원을 빌려 달라는 카카오톡까지 보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짐작한 아버지가 곡기를 끊고 사망할 때까지 청년은 사회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도시가스와 인터넷 등이 끊긴 위기가구에 대한 긴급생계지원제도가 있지만 이 청년이 살던 지자체에서 이런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나선 것은 청년의 아버지가 사망한 뒤였다.
이 비극적 사건은 한 해 140조 원이 넘는 복지예산을 쓰면서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는 우리 복지전달체계의 허술함과 생계부양자나 노인이 중병에 걸리면 생계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간호ㆍ간병복지의 공백을 보여준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방임과 무관심 속에 이루어진 타살”이라고 밝히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가슴이 무너진다”고 밝히는 등 정치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의 신청이 없으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신청주의’가 폭넓은 복지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에 올해부터 지자체 공무원들이 직권으로 이를 신청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개인이 정보를 입력하면 위기 발생 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자동으로 통보해주는 새로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개발 중이라지만 더디기만 하다. 제도와 예산의 지원 없이는 복지사각지대의 허점을 메울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적 지원,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결합돼야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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