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에 대한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입장은 법안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로 갔으니 거기서 논의하는 것은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성소수자 관련) 한 조항 때문에 난리가 난 거죠. 다만 저는 그것에 대해서 동의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 지금 고통을 겪는 존재들이 있는 것이잖아요. 변희수 하사는 살려고 성전환까지 했습니다. 사람이 생을 포기하려는 자리, 그렇게 여론을 몰고 가는 자리에 기독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첫 여성 총회장 김은경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논의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교회총연합 등 국내 주요 개신교 연합단체들이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입장을 달리한 것이다. 기장은 신도가 20만여명 정도인 비교적 작은 교단이지만 전통이 있는 개신교 교단으로 꼽힌다. 교단의 역사가 조선예수교장로회가 여러 교단으로 분열되던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뿐만 아니라 교단이 신학대학교(한신대)를 직영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에는 김은경 목사를 교단 역사상 첫 여성 총회장으로 선출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기장 총회에서 김 총회장을 만나 교회가 직면한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차별금지법 논쟁 극심…국회가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김 총회장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교단 내부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교단의 공식입장은 국회에서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는 입장이 아니다. 보수적 교회들은 차별금지법이 차별을 금지하는 다양한 사유 가운데 성소수자에 관련된 부분을 특히 문제삼는데 기장에서도 여론이 나뉜 상황이다.
기장은 이번 총회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들여다보는 연구위원회의 운영시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김 총회장은 “국민들 사이에 극심한 논쟁이 있다면 국회가 논의를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그거를 우리가 논의조차 못하게 하는 그런 입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총회장은 차별금지법 찬반을 떠나서 생명을 살리고 인권을 보호해야한다는 여론이 교단 내부에 있고 여기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총회장은 성소수자의 극단적 선택을 뉴스로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사람과 생명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경은 모든 차별을 반대한다고도 했다. 예컨대 구약에서 카인은 아벨을 살해한 이후에 ‘누가 나를 죽일 것’이라면서 두려움을 호소한다. 이때 하나님은 ‘다른 사람이 너를 죽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면서 그를 보호해준다. 그러한 대목들에서 생명을 보호하는 하나님의 뜻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교단의 공식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한 김 총회장은 “기독교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을 살리는 종교이지, 생명을 벼랑 끝으로까지 몰고 가는 종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총회장은 인간을 비롯해 수많은 종을 창조한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50억명의 지문이 모두 다른데 성소수자를 놓고 어떻게 우리의 지각으로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총회장은 “변희수 하사를 보면서 그것을 정죄하거나 판단하는 것, 그리고 죽음에까지 몰아가는 거, 그것이 죄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교단 내 양성평등 실현하고 생태운동 강화할 것"
김 총회장은 앞으로 총회장으로서 교단 총회가 결의하고 합의한 제도들을 실행해나가는 한편, 제도를 이루는 가치들이 교단 문화에 녹아들도록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단 내부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동시에 생태운동본부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기장은 지난 총회에서 평신도에게도 제한적으로나마 총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장로들만 총대로서 의사결정기구인 총회에 참여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김 총회장은 “아직까지도 여성 목사나 장로가 없는 교단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장에서 첫 여성 총회장이 나왔다니까 만나는 분들마다 굉장히 즐거워했다”라면서 “그것은 저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리 사회와 교계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희구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운동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김 총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면서 “지난 총회를 마무리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탄소중립성명서 채택했다”라고 강조했다. 김 총회장은 “교단 산하 생태운동본부를 좀 더 강화하고 매뉴얼(지침서)을 만들어서 어떻게 우리가 해나갈 것인가를 정하고 실천하는 한편, 교단 안에서 더욱 확산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도 사회적 약자들 위해 나서야"
전북 지역의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 소장부터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전북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에 이르기까지 여러 직책을 맡으면서 사회활동에 참여해왔던 김 총회장은 교회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도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회장은 “저는 이주여성과 난민,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일들을 계속해왔는데 우리 사회가 어려워질 때 사람들이 제일 쉽게 포기하는 부분이 사회적 약자들”이라면서 그들을 돌보는 것이 성경의 뜻이자 예수의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회장은 “교회를 담당하는 목회자들이 이들을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한 번 가줄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매뉴얼은 다 나와 있다. 그것들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기장의 사회참여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음을 전파하는 데 소극적이면서 ‘운동’에만 활발한 작은 교단이라는 이야기다. “인권을 옹호한다는 교단에서 왜 이제서야 여성 총회장이 나왔는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여론에 대해서 김 총회장은 “예수께서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과 귀신 들린 자들과 함께하셨듯이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말씀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 따라야"
김 총회장은 “기장에서 이제까지 사회활동에 앞장섰던 분들은 다 성경을 연구했던 학자들이었다”라면서 “그리스도를 만난 체험이 어떤 사람은 통일운동으로, 어떤 사람은 민주화운동으로, 어떤 사람은 빈민운동으로, 어떤 사람은 정말 인권운동으로 이렇게 나타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회장은 “그 힘은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것에서 나온다. 기장의 활동이 정말 세속적인 것이었다면 기장은 무너졌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주께서 이제 십자가를 지셨을 때 ‘세상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라고 표현하거든요. 기장의 고민은, 고백들은 예수님처럼 세상을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에요. 그것은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살리려는 사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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