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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얻는 자, 홍준표 안철수 놓치리라"...'악연 딜레마'에 빠진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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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얻는 자, 홍준표 안철수 놓치리라"...'악연 딜레마'에 빠진 윤석열

입력
2021.1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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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홍준표, 피의자와 검사로 만난 악연
김종인-안철수, 한때 멘토-멘티였지만 앙숙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킹메이커'가 돌아왔습니다. ①2012년 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간판으로 내걸고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 당선을 돕고, ②2016년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어 이듬해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정권 교체를 이루는데 힘을 보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얘기입니다.

그의 세 번째 베팅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마음은 굳혔는데 서두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 캠프에 남아 있는 "파리떼" "자리사냥꾼"부터 싹 다 치우고 보자는 건데요. 내년 3월 9일까지 남은 4개월, '윤석열의 대선'을 진두지휘할 '김종인 선대위'의 전권을 달라는 요구입니다.

'김종인과 함께였나, 아니었나.' 지난 대선 승률을 따지면 이기기 위해선 김종인은 '절대반지' 처럼 보일 겁니다. 더욱이 콘텐츠도, 정치력도 아직은 부족한 '정치 신인' 윤 후보에게는 더욱 절실하게 붙잡아야 할 동아줄이겠죠.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홍인기 기자. 연합뉴스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홍인기 기자. 연합뉴스

그렇다고 '김종인'이 모든 면에서 만능키는 아닙니다. 적어도 윤 후보가 처해 있는 정치 지형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얻는 대가로, 감수해야 할 손해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김종인 원톱 선대위'를 택함으로써 홍준표 의원과의 원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어서인데요.

김 전 위원장과 홍준표 의원, 안철수 후보 세 사람의 질기고도 독한 악연 때문입니다. 물과 기름이 합쳐질 수 없듯, 이들은 틈만 나면 서로를 저격하기 바쁜 정치적 앙숙(怏宿)입니다.

당장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불참을 선언한 홍 의원을 겨냥해 "후보가 행동을 제대로 해서 유권자 표심을 얻을지 생각해야지, 어려운 상황을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되질 않는다"며 '원팀 구애'에 선을 그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대세 결정에 별로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찌감치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죠. 물론 홍준표, 안철수 두 사람도 마찬가지로 김 전 위원장과 한배를 타거나, 손을 잡을 생각은 지금 당장은 없어 보입니다.


김종인(왼쪽부터) 전 비대위원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인(왼쪽부터) 전 비대위원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권 교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야권이 모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사사로운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꺼리는 건 서로를 정말 너무 싫어해서겠죠. 물론 미워하는 마음 뒤에는 보수 권력 재편을 염두에 둔 주도권 싸움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세 사람이 으르렁거리는 동안, 혼자만 속이 타는 사람 바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겠죠. 홍준표 의원을 따르는 2030 세력, 안철수 후보가 상징하는 중도 확장성. 외연 확대가 아쉬운 윤 후보 입장에선 '김종인을 버릴 수는 없고, 그래도 홍준표 안철수는 아깝고, 그렇다고 세 사람 다 함께 갈 수는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데요. 윤 후보를 수렁에 빠트린 '김종인의 악연 딜레마', 얽히고설킨 지독한 악연은 언제부터 왜 시작됐는지 거슬러 올라가봤습니다.



김종인과 홍준표 : 피의자와 검사로 만났던 '악연'

김종인(왼쪽) 전 비대위원장, 홍준표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인(왼쪽) 전 비대위원장, 홍준표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먼저 김종인 전 위원장과 홍준표 의원의 악연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3년 두 사람은 검사와 피의자 신분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른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이죠. 노태우정부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동화은행으로부터 2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문민정부 출범 첫해인 1993년 구속됐고, 그때 김 전 위원장을 조사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홍 의원이 공개하면서 두 사람의 악연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홍 의원은 당시 주임검사였던 함승희 전 의원의 부탁으로 조사실에 들어가 "가인 김병로(초대 대법원장) 선생의 손자가 거짓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라는 말로 압박해 10분 만에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범죄사실을 자백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이 같은 일화를 홍 의원이 공개하자, 김 전 위원장은 "홍 전 대표에게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선 어떻게든 감추고 싶고, 피하고 싶은 과거. 홍 의원은 정확히 그 지점을 노려, 김 전 위원장 공격에 나섰던 겁니다.



①'정권 실세 용퇴론'에 찍힌 홍준표, 칼잡이가 김종인

4월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인사를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4월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인사를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첫 번째 충돌2012년 19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벌어졌습니다. 이명박 정부 말기 한나라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박근혜 비대위'를 띄우며 새누리당으로 이름도 바꾸고, 대대적 물갈이에 나서며 전면적 쇄신에 불을 댕겼는데요. 그때 '칼잡이'가 바로 김종인 비대위원이었죠. 당시 비대위는 5명을 콕 찍어 '정권실세 용퇴론'을 밀어붙였고, MB정부에서 여당 대표를 지낸 홍 의원도 유탄을 피하지 못했죠.

홍 의원은 이때부터 김 전 위원장의 뇌물 전력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죠. "실세 용퇴론 주장에는 동의하나 김 비대위원은 (동화은행 뇌물사건으로) 수형까지 됐던 사람으로 공직 자격이 없다. 어이가 없다"며 끝까지 맞섰죠. 하지만 비대위의 거듭된 견제에 홍 의원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채 거취를 당의 판단에 맡겼고, 결국 서울 동대문을에 전략 공천됐지만 낙선하면서 두 사람의 악연은 싹트기 시작했죠.


②홍준표 복당 지연에 대선 레이스에서도 또 한 번 충돌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두 번째 갈등은 복당. 홍 의원의 복당을 결과적으로 김 전 위원장이 막아서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악연은 또 한 번 깊어졌는데요. 지난해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홍 의원은 '중진 의원들 험지 출마' 요구를 받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 을에 출마해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다섯 번째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죠.

이후 복당을 신청했으나 비대위원장으로 당 사령탑을 맡고 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손을 놓고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1년 이상 복당이 지연됐죠. 홍 의원은 "28년 전 악연으로 서로가 피하는 게 좋다고 판단돼 지난 1년간 외출하고 있었던 거"라며 본인이 무소속으로 남았던 이유에 대해 김 전 위원장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죠.

세 번째 격돌은 대권 레이스에서 펼쳐졌습니다. 2017년에 이어 대선 재수에 나선 홍 의원을 김 전 위원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깎아 내렸는데요. 4월 서울 부산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며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불가론을 못 박았죠.

김 전 위원장은 "홍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 당이 망한다"는 소리도 했는데요. 또 한 번 대권 도전 채비에 나선 홍 의원 입장에선 가만히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겠죠. "노욕에 찌든 부패 인사의 몰염치한 작태"라고 맞서며 또 한 번 김 전 위원장의 뇌물 전력을 저격하고 나섰죠.



김종인과 안철수 : 한때 정치적 멘토와 멘티였던 '앙숙'

2016년 4월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9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앞줄 왼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4월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97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앞줄 왼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인 전 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관계는 악연보다는 '앙숙'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서로를 향한 미움의 정도가 상당한데요. 지나치게 험한 말이 오가다 보니, "전생에 원수지간 아니었을까" 하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녔습니다. 두 사람은 아주 잠깐, 정치적 멘토와 멘티로 인연을 맺었는데요. '스치듯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1년 안철수 후보가 청춘콘서트 열풍을 타고 혜성처럼 정치권에 등장했던 그때 말입니다.

'낡은 정치를 타파할 새정치의 아이콘'. 뉴 페이스를 갈구하던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안철수 대표는 잘 키워 보고 싶은 기대주였죠. 그러나 당시 안 대표는 "내 멘토는 300명"이라며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 그중 한 명으로 회자됐던 김 전 위원장으로선 시작부터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겠죠.



①안철수 "내 멘토는 300명"... 그중 '한 명' 취급당한 김종인

2016년 3월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호남향우회 중앙회 정기총회에 나란히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오른쪽 앉은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맨 왼쪽) 상임공동대표가 서로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16년 3월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호남향우회 중앙회 정기총회에 나란히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오른쪽 앉은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맨 왼쪽) 상임공동대표가 서로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두 사람 사이가 초반부터 틀어진 건, 멘토의 조언을 거역한 멘티의 '도발'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안 대표에겐 두 갈래의 정치적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 보선에 출마하느냐, 아니면 이듬해 치러질 19대 총선에 출마하느냐. 멘토를 자임한 김 전 위원장은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국회의원부터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조언했지만,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 출마로 방향을 잡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정치권 신입생이었던 안 대표가 본인 말을 듣지 않고 단독 행동에 나서는 게 못마땅하고 괘씸했던 거죠.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안 대표와 멀어진 이유에 대해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정치를 제대로 배우고 해야 한다고 했더니 (안 대표가)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느냐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떴다"고 회고했죠.

2012년 안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멘토로 자리를 옮겼던 김 전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가) 성인인 척하는데 곧 (거짓말로) 판명 날 것"이라고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것은, 독설의 서막에 불과했죠.



②2016년 총선, '문재인 구원투수' vs '반문재인 구심점' 맞붙어

2017년 4월 27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오른쪽)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전격 회동한 뒤 각각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4월 27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오른쪽)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전격 회동한 뒤 각각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소원해진 두 사람의 관계는 이후에도 회복은커녕 악화일로를 걷습니다. 김 전 위원장의 만류에도 2015년 12월 안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국민의당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두 사람은 또다시 갈라서게 됩니다.

결별 이후 두 사람은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국민의당 대표로 각각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라이벌로 만나게 됩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문재인의 민주당'을 살려낼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안 대표는 친문 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민주당을 뛰쳐나오며 서로 대척점에 서 있었죠.

이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 질세라 깎아 내리거나 헐뜯으며 독설 배틀을 이어갑니다. "정치를 잘못 배웠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김종인) "김종인 위원장은 차르다" "낡음에 익숙한 사람들은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안철수)



③범보수 야권 권력 쟁탈전 거치며 서로 험한 말 '독설 배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대표가 지난 3월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대표가 지난 3월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그렇다고 늘 싸운 것만은 아닙니다. '아주, 가끔' 화해 무드가 열릴 때도 있었는데요. 바로 권력을 눈앞에 뒀을 때죠. 2017년 대선 정국에서 두 사람은 반문(反文) 기치를 내걸고 뭉칩니다. 안 대표가 김 전 위원장에게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장을 제안하면서죠. 그러나 결국 안 대표는 대선에서 졌고, 두 사람은 또다시 결별합니다.

마지막 대결 라운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두 사람은 범보수 야권에 둥지를 튼 이후 신경전이 더 격화하는 모습인데요. 하나의 파이를 두고 나눠 먹어야 하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진 거죠. 4월 서울시장 재·보선 단일화 전후로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폭발합니다. 급기야 동명이인인 배우자의 이름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안 대표가 한 토론회에서 '정치적 결정을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좌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김종인 위원장 사모님과 착각한 게 아니냐"고 맞받으며 문제가 불거졌죠. 이에 마음 상한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해 "정신이 이상한 듯하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싸우나... "서로 역할이 겹쳐서 경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왜 이렇게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요. 두 사람의 앙숙 관계를 두고 주변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안철수 대표 측 입장만 반영된 분석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보시죠.

"겹치는 역할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이) 본인의 역할을 뺏기는 부분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중도 확장, 야권 단일화의 역할을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실패했는데 안 대표는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점에서 김 전 위원장이 경계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언제나 도발은 (김 전 위원장) 그쪽이 먼저 했다. 남북관계랑 비슷한 것 같다"(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총괄본부장) 안 대표는 가만히 있는데 김 전 위원장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합니다.



"정치는 생물"... 권력과 승리가 아쉬울 때 또 손잡을지도

김종인(왼쪽부터) 전 비대위원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인(왼쪽부터) 전 비대위원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독기 가득한 말로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준 김종인과 홍준표, 그리고 김종인과 안철수, 이 세 사람은 이대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걸까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보이지만, 끝났다고 단언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권력을 쟁취하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세 사람은 서로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기 때문이죠.

홍 의원은 4월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방안에 합의한 김 전 위원장에게 "사감을 접고 받아준 데 대해 감사하다. 야권의 큰어른"이라고 치켜세웠죠. 안 대표 역시 지난 대선에서 반문재인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김 전 위원장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고요.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있죠. 하루아침에 적이 동지로 바뀔 수도 있는 게 정치판이니, 세 사람도 이렇게 싸우다가 언제 또 손 맞잡고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눈앞에 권력이 다가왔는데, 코앞의 승리를 놓칠 것 같을 때, 한 끗 차이로 서로가 아쉬운 순간이 있을 테니까요. 물론 화해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데 윤석열 후보의 역할도 중요하겠죠. 꼬일 대로 꼬인 '악연의 고차방정식'을 정치 신입생 윤 후보가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이번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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