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난달 중국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정부의 늑장 대응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요소 등 비료 관련 29개 품목의 통관 전 검사를 고시한 것은 시행 나흘 전인 지난달 11일이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이를 알았지만 외교 공관 등을 통한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열흘이 지난 20일 요소 수입이 원활하지 않다는 국내 업체의 민원이 제기되고 나서라고 한다.
이때 중국의 수출 검사 강화에 대한 우려를 각 부처가 공유했지만 정작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 부처 회의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린 것은 그러고도 또 2주가 지난 이달 초였다. 해당 부처는 물론 청와대도 애초 비료 문제 정도로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면 20여 일을 손 놓았을 리 없다. 총리도 "초기에 적극성을 띠고 했다면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지 않았나"라고 반성할 정도니 "무능하고 안이한 정부 대응이 초래한 인재"라는 야당의 비판이 무리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때의 일사불란하고 신속했던 대응과도 비교된다. 공급망 불안이 갈수록 커지는데 첨단기술 중심의 전략물자만이 아니라 특정국에 수입이 편중된 다양한 품목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점검하지 않았던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뒤늦게 해외 조달에 나서 호주, 베트남 물량을 확보하고 군 비축분까지 풀기로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중국이 통관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 당장의 해결책이지만 중국 내 비료 불안으로 야기된 사태여서 원만히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런 뒷북 대응이 정권 말 공직자의 복지부동 때문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민생을 챙기기 위해 더 뛰어도 모자랄 판인데 최근 산업부 차관 공약 발굴 사건처럼 정치권에 줄서기나 하려는 행태가 자초한 일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임기 6개월을 남겨둔 9일 "마지막까지 민생에 전념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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