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상승세는 '가산금리' 인상이 주도
반면 금리상한 주담대는 '지표금리' 에 연동
2년 전처럼 '초라한 성적표' 남길 가능성 높아
은행권 대출금리가 무서울 정도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를 대비해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손잡고 출시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여전히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출시 시점 대비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을 고려하면, 이제라도 해당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해보이는데, 왜 이 상품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일까요.
대출금리 1% 가까이 올랐는데도, 상품 인기 없어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금리 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기존 변동금리 차주는 현재 자신의 금리에 최대 0.2%포인트 추가 금리를 더하면 '특약'을 맺고 이 상품 이용이 가능합니다. 신규 차주도 산출된 변동금리에 0.2% 정도의 추가 금리를 더 부담하면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상품을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는 은행권 대출 금리가 연간 0.95%(0.75%+0.2%) 이상 올라야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변동금리 주담대는 가파르게 급등하고 있습니다. 9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신규 코픽스 기준)는 3.45~4.83%입니다. 이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이 재출시된 7월 중순의 금리(연 2.49∼4.03%)와 비교하면 금리 하단이 0.96%포인트나 높습니다. 은행권 대출 금리가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자가 이득을 볼 수 있을 만큼 급히 뛰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금리상한형 주담대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습니다. 지난 5일까지 4대 시중은행의 특약 가입 건수는 총 26건(47억 원)에 불과합니다. 단 한 건조차 신청이 들어오지 않은 은행도 있습니다. 각 은행마다 평균 한 달에 1.6건 정도 판매한 꼴이죠. 가입 금액 역시,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약 400조 원)과 비교하면 사실상 ‘0’(제로)에 가깝습니다.
범인은 가산금리, 지표금리 상승폭의 4배 육박
상품 가입자가 이득을 볼 만큼 금리가 올랐는데,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왜 인기가 없을까요. 그건 은행권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대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 구조와 연관이 있습니다. 상품 가입자가 이득을 보려면 지표금리가 올라야 하는데 현재 금리 상승세는 지표금리가 아닌 가산금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지표금리로 주로 활용되는 코픽스(신규 취급액)는 지난 7월 0.92%에서 10월 1.16%로, 0.2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출 금리는 1% 가까이 올랐습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지속해서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이용해 ‘폭리’ 수준의 이득을 취한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죠.
물론 은행권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주소득원은 예금과 대출의 마진”이라며 “금융당국이 총량을 묶어두고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이상 은행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지난 2019년 3월 첫 번째 출시 때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상품을 판매한 15개 은행별 판매량은 1개 안팎에 불과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다음 해 7월까지 상품 운영결과를 살핀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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