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 불똥이 농업으로도 튀고 있다. 요소는 비료의 주성분 중 하나인 질소를 구성하는 원재료인데, 중국에서 요소 수출을 막아 비료생산에도 제동이 걸렸다. 농한기에 내년 농사를 위해 비료 물량을 확보해둬야 하는 농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비료 생산업체는 원재료 부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 '비료가격 상승→농가 생산비 증가→농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농가 "영양제인 요소비료 필수...가격 5배 준다고 해도 물량 없어"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요소비료 부족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월동채소와 감귤 주생산지인 남부지방과 제주도다. 농협 제주본부는 지난 5일 기준 20㎏짜리 요소비료 31만941포를 확보했지만 3일 만에 동났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물량이 거의 소진된 상황"이라며 "보리 양파 마늘 양배추 등 채소와 수확시기가 빠른 극조생 감귤, 하우스 감귤 농가가 때 아닌 '비료 대란'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요소비료는 작물의 성장을 돕는 '영양제' 역할을 해 적시에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농민들의 속은 더 타들어간다. 제주 한림읍에서 감귤농장을 운영 중인 최모(56)씨는 "수확 후 감귤나무 영양 보충을 위해 요소비료를 녹여 잎사귀에 뿌리곤 한다"며 "요소비료를 뿌리지 못하면 회복이 더뎌 상품 질이 저하되고 수확량도 줄어든다. 대체재 비용이 너무 비싸 요소비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고 말했다.
겨울 오이 주산지인 경북 상주시의 농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대형마트 오이 바이어는 "수확을 막 시작한 시점이라 요소비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1만2,000원하던 20㎏ 요소비료 한 포대에 7만 원을 준다고 해도 물량이 없어 상주 농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비료업체 "이대로 내년 초까지 못 버텨"...농산물 가격 인상 불가피할 듯
비료생산업체는 원료 부족으로 내년 비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요소원료 수입가격이 지난해 10월 톤당 265달러였는데, 이달에는 1,000달러까지 뛰어 원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장을 저율로 가동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비료가 많이 사용되는 내년 2~6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료 가격 인상의 파장이다. 비료 가격이 오르면 농가 생산비 증가로 농산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가격 인상은 물가를 자극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밥상 물가'를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정부는 요소비료를 충분히 비축해뒀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말에 결정된 물량과 가격대로 공급되고 있어 타격이 없다"면서도 "불안심리로 인한 사재기, 가수요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농업용 요소는 중국 수입 의존도가 48% 정도에 불과해 타격이 크지 않고, 바레인과 카타르 등 중동에서 대체 수입 물량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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