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의원 각각 4, 2명 대만 찾아
신상 정보나 방문 일정 등은 비공개
중국은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
대만해협에서 경계 순찰 시행하기도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이 자국 수송기를 타고 예고 없이 대만을 찾았다. 깜짝 방문에 반발한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보복성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미중·양안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9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미국 의원 일행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발한 미군의 C-40 ‘클리퍼’ 수송기를 타고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방문단은 4명과 2명의 상·하원 의원으로 구성됐고, 보좌진 7명도 함께했다. 이들이 타고 온 수송기가 착륙 1시간 후 타이베이를 떠난 것과 달리, 의원들은 대만에 그대로 남았다.
조앤 오우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사실상 대만에서 미국 대사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가 이번 방문을 주관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의원들에게 필수적인 행정 및 방역 절차를 지원하는 정도의 업무를 맡았다.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의원들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오우 대변인은 “방문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적절한 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현지 매체들은 방문단의 체류 기간은 아직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규정하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날 SNS를 통해 대만해협 방향으로 합동 전시대비 경계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군사행동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활동에 대응해 국가 주권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통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도발 행동에 결연히 반격해 영토의 완전성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방부 역시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을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규정했다. 탄커페이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영토주권에 손해를 끼쳤다”며 “대만해협과 지역의 안정을 엄중하게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어떠한 외부세력의 간섭과 대만독립 분열도 결연히 분쇄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서방진영과 대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이달 3일 유럽연합(EU)이 의원을 포함한 사절을 구성해 사상 처음으로 대만을 공식 방문하자, 나흘 뒤 중국 전투기 16대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 의원이 대만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중국은 미국 의원들이 대만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공식 왕래를 즉각 중단하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말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사상 처음으로 대만 내 미군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며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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