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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어선'을 아세요? ... 뺏고 빼앗기는 스타트업 개발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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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어선'을 아세요? ... 뺏고 빼앗기는 스타트업 개발자 전쟁

입력
2021.11.11 04:30
수정
2021.11.12 08:5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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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로의 이직 러시 빗댄 용어
IT 업계 개발자들 몸값 치솟으며
스타트업 인력 확보 희비 엇갈려

최근 정보기술(IT) 개발자들 사이에 '토양어선'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토양어선이란 개발자들이 금융기술(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로 이직하는 것을 원양어선에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일이 많아 원양어선을 타는 것처럼 힘들지만 고생한 만큼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스타트업들이 파격 조건을 걸고 벌이는 개발자 유치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용어다. 모 스타트업 개발자는 “개발자들에게 토양어선이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라며 “개발자들은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파격 대우 때문에 토스 이직을 꿈꾼다”고 말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의 치열한 인력 확보 경쟁으로 개발자들의 몸값이 억대로 치솟으며 스타트업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곳들은 개발자들이 몰리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은 후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해 필요한 개발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력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드문 얘기가 아니다. 토스는 이직하면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1.5배, 5,000만원 상당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준다. 따라서 이전에 연봉 4,000만 원을 받았다면 연봉 6,000만 원에 5,000만 원 스톡옵션을 더해 1억 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에이블리코퍼레이션도 지난달 말까지 경력 개발자를 뽑으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별개로 계약금 형식의 입사지원비 1억 원을 제시했다. 데이터 농업 전문 스타트업 그린랩스도 경력 개발자를 뽑으며 연봉을 전 직장 대비 최대 30% 인상해주는 조건을 내걸었고 상반기 입사한 경력 개발자들에게 계약금 5,000만 원을 추가 지급했다.

심지어 일부 스타트업은 신입 개발자들에게도 연봉 1억 원은 아니지만 여러 조건을 더해 1억 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한다. 인공지능(AI) 기반 경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티드랩은 최근 신임 초봉을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인상하고 3,000만 원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무이자 주택자금 대출 최대 3,000만 원까지 포함해 1억 원 상당의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일부 스타트업은 대표보다 개발자 연봉이 높은 경우도 있다.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A사 대표 이모씨는 "국내 최고 대기업 S사에서 경력 개발자를 다음달에 데려오는데 전 직장에서 받던 수억 원대 연봉에 더해 많은 스톡옵션까지 제공했다"며 "대표 연봉보다 몇 배 많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들은 개발자 확보 경쟁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음향기술 개발 스타트업 C사 대표는 "업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3~5년 차 개발자들을 구하기 너무 힘들다"며 "대형 스타트업들이 좋은 조건으로 개발자들을 쓸어가다시피 하는데 이들이 언제까지 높은 몸값 싸움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의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비전공자들이 늘고 있다. 국비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전문 교육기관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의 '42서울' 교육생들이 토의를 하고 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제공

스타트업들의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비전공자들이 늘고 있다. 국비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전문 교육기관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의 '42서울' 교육생들이 토의를 하고 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제공

특히 기존 개발자들이 한꺼번에 대형 스타트업으로 옮겼으나 경력직 채용이 안 돼 팀 구성을 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B사 관계자는 "지난달에 한꺼번에 팀장 포함 5, 6명의 개발자가 떠나 비상이 걸렸다"며 "경력 개발자 채용 공고를 냈으나 처우에서 밀리다보니 마땅한 지원자들이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신입 개발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당장 갈 길이 바쁜 스타트업들이 신입을 뽑아 가르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스케치소프트의 김용관 대표는 "학맥 등을 통하지 않으면 경력 개발자를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신입 개발자들을 뽑지 않는 이유는 육성할 여력이 안돼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스타트업은 동남아 등에서 해외 개발자를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는 "메타버스 등 원격근무 환경이 갖춰지면 글로벌 IT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동남아 개발자들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사 소통 문제만 해결되면 해외 개발자 채용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개발자 우대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본다. 정용은 스토어링크 대표는 "우수한 개발자 확보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어서 개발자 우대 현상이 길어질 것"이라며 "덩달아 스타트업 간 희비가 엇갈릴 수 있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근로 조건이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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