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장 작성자 등 누군지 가닥 잡은 듯
손준성 구속영장 재청구한 뒤 기소 방침 세워
'판사 사찰문건' 직권남용 의혹으로 무게 추 옮겨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손준성(47ㆍ대구고검 인권보호관) 검사를 소환 조사했다. 지난 2일 첫 조사 후 8일 만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의혹 전반을 캐물었지만, 손 검사는 고발장 작성 등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조만간 손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영장이 기각됐지만, 소환 조사 불응에 따른 신병 확보 차원이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혐의 소명에 좀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 검사를 두 차례나 부른 것만 봐도 공수처가 구속 등 다음 수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공수처가 손 검사 혐의를 입증할 단서나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쏠려 있다. 수사 인력 대부분이 투입된 데다, 지난 5일 대검찰청 감찰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그간 보강 수사에 '올인'한 만큼, 공수처가 손 검사를 압박할 새로운 단서를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 안팎에선 수사팀이 이미 손 검사 구속영장에 ‘성명불상자’로 적시했던 인물들이 누군지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의혹 규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당시 검찰총장)로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여부다. 지난해 4월 손 검사가 속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고발장을 작성하고 국민의힘에 전달한 사실을 밝혀내더라도, 윤 후보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로서도 뚜렷한 단서와 명분 없이 야당 대선 후보를 수사 타깃으로 정하고 수사를 확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손 검사 선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법조계에선 최근 윤석열 후보를 입건한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를 주목하고 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판사 37명의 세평 등을 담은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인데, 윤 후보를 겨냥한 공수처의 ‘노림수’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손 검사 수사를 고발 사주 의혹으로 끝낸다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판사사찰 문건 의혹은 윤 후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수사하기가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공수처는 최근 윤 후보의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이 판사사찰 문건과 관련해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상 직권남용을 인정했다는 점을 유심히 보고 있다. 법원은 판사사찰 문건을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수집된 정보로 작성된 것”이라고 판단한 데 이어 “윤 후보가 수사정보정책관(손 검사)에게 해당 문건을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 판단을 그대로 따르면 손 검사뿐 아니라 윤 후보에게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공수처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손 검사 신병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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