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세브란스병원, 고혈당과 치매 발병 위험 규명
‘당뇨병 팩트 시트 2020’(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0세 이상 7명 중 1명(500만 명)이 당뇨병 환자다. 당뇨병 전(前) 단계(870만 명)까지 포함하면 1,370만 명이다.
당뇨병이 뇌 속에 치매 유발 물질을 만들고, 뇌 혈액 공급에도 영향을 주기에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그런데 당뇨병 전 단계ㆍ당뇨 합병증과 치매와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고 관련성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우정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은영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당뇨병 전 단계(고혈당)와 당뇨 합병증이 있을 때 치매 발병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당뇨병학회(ADA)가 펴내는 학술지 ‘Diabetes Care(IF. 19.112)’ 온라인에 실렸다.
연구팀은 당뇨병 전 단계ㆍ당뇨 합병증과 치매 발병 관련성을 알아내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일반 건강검진(2009~2010년)에 참여한 40세 이상 800만여 명을 정상군, 당뇨병 전 단계군, 새로 발병한 당뇨병 환자군, 치료 중인 5년 미만인 당뇨병 환자군, 치료 중인 5년 이상 된 당뇨병 환자군으로 나눠 콕스 비례 위험 회귀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당뇨병 전 단계에서 혈당 정도와 당뇨병 유병 기간이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데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뇨병이 악화할수록 치매 발병은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특히 허혈성 심장 질환ㆍ뇌졸중ㆍ만성콩팥병 등 동반 질환이 있으면 단순히 당뇨병만 앓을 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았다.
또한 당뇨병이 생겼지만 아직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치료 중인 5년 미만 당뇨병 환자보다 높고, 치료 중인 5년 이상 된 당뇨병 환자보다 낮았다.
이는 당뇨병을 잘 관리하면 초기에는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결국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치매 발병 위험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800만 명이 넘는 최대 규모의 이번 연구를 통해 당뇨병이 노화를 가속화해 치매 발병을 높인다는 기존 가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치매를 예방하려면 당뇨병 전 단계를 단순히 양성(benign) 상태로만 간주하거나 임상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시사한다.
김우정 교수는 “치매를 예방하려면 적절한 운동과 식이 조절을 통해 당뇨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당뇨병 혹은 당뇨병 전 단계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매 예방법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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