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코로나19로 '의료비상체계'가 발동되더라도 수능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방침이다. 지난 2년간 우리사회 곳곳이 급격한 '디지털 대전환'을 겪게 되었지만, 초·중·고 12년간의 학업이 단 하루의 종이인쇄 시험으로 평가받고 줄 세워지는 수능만큼은 천지가 개벽해도 요지부동인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멈춘 듯한 시험장을 제외한 우리의 일상은 이미 너무 달라져 있다. 인공지능(AI) 앵커가 코로나 방역지표와 시험장 방역상황을 보도하고, 고사장 주변에는 방역로봇과 체온측정로봇이 투입된다. 고3 수험생 응원에 나선 동생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영상을 제작하여 마음을 전하고, 서울시는 온라인 교육플랫폼 '서울런'을 통해 다음 달 말 '메타버스 입시설명회'를 개최한다.
수능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교육이 기술과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 같은 현실은 하버드대의 골딘과 카츠 교수가 지적한 '교육과 기술의 경주' 문제로 설명될 수 있다. 즉, 교육이 산업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시기에는 안정과 번영이 따르지만, 반대로 교육이 변화에 뒤처지게 되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후생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디지털화 수준은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낙후되어 있으며, 교육과정도 여전히 수십 년 전 시작된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내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와 역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를 맴돌고 있으며,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 교육 면에서도 최하위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지출액은 3.5%로 OECD 평균을 웃도는 데 그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한 과감한 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교육과정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처럼 시대 변화에 뒤처진 교육환경은 결국 교육의 질적 하락은 물론 학생들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인재경쟁력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교육의 경쟁력은 63개 조사 대상국 중 44위로 매우 낮다. 대학 경쟁력도 하락세다. 미국의 US뉴스가 최근 발표한 전 세계 대학순위에서 서울대는 톱100에도 들지 못한 130위를 기록했으며, 성균관대와 고려대, KAIST 정도가 200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급변하는 기업의 인재 수요와 괴리된 청년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체감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율 급증이라는 위기에 맞닥뜨렸다. 또한, 1030세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사실이 방증하듯,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 역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대로 계속 교육이 기술발전과 사회변화에서 멀어지게 되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성장 가능성을 찾지 못해 고통받는 수많은 2030세대 청년들의 절망이 수능에 갇힌 지금의 10대 청소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될 것이 자명하다. 정부와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수능의 '공정성' 프레임으로 덮고 지나가려는 정부당국의 무능과 무책임함으로 청소년들의 미래가 고통과 불안으로 뒤덮여서는 안 될 노릇이다.
청소년과 나라의 미래가 걸린 '교육 대전환'은 더는 미룰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시대적 선결과제이다. 여야를 막론한 대선후보의 교육공약은 공정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약속하고 전방위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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