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장충고와 광주제일고의 8강전. 2-0으로 앞선 광주제일고는 8회말 3점을 추가한 뒤 계속해서 2사 2ㆍ3루의 기회를 잡았다. 추가 적시타가 나오면 9회 마지막 수비를 하지 않고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 결국 타석에 선 배강(1년)은 상대투수 정재현(2년)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터뜨려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광주제일고는 4강 진출에 환호했지만 이 한 방으로 대기록 도전이 무산된 선수가 있었다.
이날 광주제일고 좌완 선발 정원진(2년)은 8회까지 101개의 공을 던지며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 노히트노런으로 역투했다. 삼진은 무려 12개를 잡았다. 6회 3루수 실책으로 허용한 유일한 출루가 아니었다면 퍼펙트였다. 고교야구 1일 최대 투구수는 105개지만 '노히트노런ㆍ퍼펙트와 같은 기록에 도전할 경우 한계 투구수는 예외로 둔다'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규정에 따라 9회 등판도 문제없었다. 콜드게임을 만든 팀 타선을 원망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나온 것이다.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노히트노런이 나온 건 2010년 황금사자기에서 충암고 최현진이 달성한 게 마지막이다.
정원진의 공식 기록은 8이닝 완봉승이다. 경기 후 기록을 전해 들은 정원진은 "아쉽지만 투구에 만족하고 팀이 이겨 기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희 광주일고 투수코치가 "노히트노런 아닌가"라며 더 아쉬워했다.
정원진의 직구 구속은 130㎞ 초ㆍ중반대에서 형성됐지만 자로 잰 듯한 변화구 제구력으로 장충고 타선을 무장해제시켰다. 1회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출발한 정원진은 매 이닝 탈삼진을 곁들이며 순항했다. 6회 엄상현(2년)을 3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희생번트로 2루 진루를 허용했지만 후속 두 타자를 범타로 요리하고 불을 껐다. 7회에도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정원진은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로 승부구를 던졌다"면서 "경기 초반부터 밸런스가 좋았는데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잘됐다"고 말했다. 그는 "4강까지 온 이상 목표는 우승이다. 오늘 좋은 투구를 계기로 내년에 더욱 성장해 김광현 선배님과 같은 훌륭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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