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원톱' 총괄선대본부장이 유력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존 캠프 내 중진들의 배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들과 경선을 치른 윤 후보 측에선 '덧셈의 정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선대위 등판에 앞서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김 전 위원장과 경선 승리를 도운 중진 사이에서 윤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金 "선대위 크다고 이기는 것 아냐"... '덧셈정치' 직격
김 전 위원장은 12일 CBS 라디오에서 '선대위 전권을 요구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권을 갖다가 어디다 쓰느냐"라며 일축했다. 대신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권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원하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 윤 후보를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전 위원장이 말하는 '일할 수 있는 여건'은 인선이다. 그는 "선대위가 크다고 해서 선거에 이기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얼굴들을 내놓으면 국민들이 감흥이 있을 수 없다"며 사실상 중진 배제를 요구했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덧셈의 정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문고리 3인방'까지 거론하며 "사람에 너무 집착하면 성공을 못한다"고 압박했다. 윤 후보 측 주변 인사들을 겨냥해 '파리 떼' '자리 사냥꾼' 등에 비유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윤 후보 측은 '덧셈의 정치'를 되풀이했다. 지난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일원이었던 윤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누군가를 배제하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 덧셈의 정치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후보로 선출되기까지 역할을 했던 분들의 힘도 보태면서 충분히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당 안팎 인사를 아울러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尹 지지층, 김종인과 가까운 '이준석 퇴출' 요구
전망은 엇갈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라며 윤 후보가 결국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김 전 위원장과 같이 일을 하기 어려운 인사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윤 후보가 정치적 상황을 알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하면 된다"고 거들었다.
김 전 위원장이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지만, 결국엔 기존 인사들을 품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괜찮은 사람들로 선대위를 구성하라는 취지로 '선언적 말씀'을 하신 것 아니겠느냐"라며 "특정 인사를 둘러싼 갈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신경전이 장기화하면서 당내 분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은 전날부터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인적 쇄신을 주장하는 이 대표를 겨냥한 "이준석 퇴출" 등의 요구가 담긴 게시물을 수천 건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날 오후 한때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