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퇴출·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합의도 난항
부국·빈국, 기후 적응 지원금 놓고 입장 차 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획기적 방안 도출에 실패한 채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글래스고에 모인 200개국 대표단이 2주간 협상을 해 왔지만, 폐막 직전까지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석탄 퇴출은 개발도상국이 거부하고 있고, 기후취약국 재정 지원 확대 요구에는 부국들이 미온적이다. 환경운동가들이 강조했던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이제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COP26이 최종선언문 도출을 위해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으나, 기온 상승 1.5도 이내 제한 방안부터 빈국 기후재난 보상 방안까지, 핵심 쟁점들에서 새로운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는 희망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폐막을 앞두고 이날 오전 새로 공개된 최종선언문 2차 초안은 지난 10일 공개된 원안에서 다소 후퇴하기까지 했다. ‘내년 말까지 더욱 강화된 탄소 감축 계획을 마련한다’는 내용은 유지됐으나, ‘권고’에서 ‘요청’으로 문구가 바뀌었다.
일단 탄소감축 계획 강화 필요성에는 많은 나라들이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글래스고 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막기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최근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은 “NDC를 완전히 이행해도 지구 온도가 2.4도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전날 AP통신 인터뷰에서 “1.5도 억제 목표는 간신히 생명 유지만 하는 상황”이라며 “COP26에서 탄소감축 목표치가 강화되지 않는다면 세계 지도자들은 다시 모여 새로운 협약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NDC는 5년마다 갱신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진 만큼, 해마다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회의 기간 내내 제기됐다. 기후취약국포럼을 이끌고 있는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은 “이번 COP26을 통해 매년 NDC를 재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이 요구가 최종 성명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행대로 5년 단위 제출이 유지될 것”이라고 점쳤다.
석탄 퇴출과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문제도 상당히 약한 수준의 합의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반대가 거셌다. 모두 석유·가스의 주요 생산국 또는 소비국이다. 기후 관련 정치지도자 그룹 대표로 참여한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세계 주요 탄소배출국 일부가 COP26의 노력을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덴마크와 코스타리카는 화석연료 중단을 위한 국제연대 ‘석유·가스를 넘어선 동맹’ 결성을 발표했는데, 프랑스와 스웨덴, 웨일스, 아일랜드는 참여했지만 정작 COP26 의장국인 영국은 빠졌다.
기후 재정 문제는 더 골치 아프다. 빈국들은 지구온난화에 절대적 책임이 있는 부자 나라들이 기후 대책 지원금을 더 많이 낼 것을 촉구해 왔다. 아프리카만 해도 세계 인구 6분의 1이 거주하는 반면,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은 3%밖에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22개 개도국 연합을 대표하는 디에고 파체코 볼리비아 협상단 대표는 “부국들이 기후위기에 처한 빈국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구체적 방안이 성명에 들어 있지 않다”며 “기후변화 책임을 빈국에도 요구하는 건 ‘탄소 식민주의’”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도 부국들은 2020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 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나,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 기금을 2025년부터 지급하는 방안도 성명 초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빈국들은 강제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후마 베칼레 아프리카 국가 그룹 대표는 “기후 지원금을 더 요구하는 건 부국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이라고 일갈했다.
최종선언문 도출을 위해선 200개 참가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협상이 워낙 난항을 겪다 보니 글래스고 회의장 안팎에선 하루이틀 일정을 연장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럽연합(EU) 기후정책 책임자인 프란스 티메르만스는 “6년 전 파리에서 합의된 사항이 투명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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