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은 3대 실명 질환이다. 주변부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는 것이 초기 증상이다. 이런 증상은 점점 시야의 중심부로 확대된다. 그러나 증상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에 자각하기 어렵고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자각 증상이 생긴다.
녹내장을 조기 발견하면 실명을 90%가량 막을 수 있기에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눈 검사가 필요하다.
한국녹내장학회가 대규모 역학 조사한 결과, △높은 안압 △고령 △흡연 경험 △비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뇌졸중 등이 녹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20, 30대 녹내장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김용찬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고도 근시와 가족력 등이 젊은 녹내장의 주원인”이라고 했다. 고도 근시 환자의 눈은 근시가 없는 사람의 눈에 비해 앞뒤 길이가 길어져 있어 두께가 얇아져 있고 시신경이 약해 같은 안압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녹내장 진단을 위해서는 망막과 시신경을 관찰할 수 있는 안저(眼底) 검사가 필요하다. 고도 근시, 고도 원시, 녹내장 가족력이 있다면 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은 크게 눈 속에 있는 방수(房水) 배출 경로가 막혀 안압이 오르는 ‘폐쇄각 녹내장’(10%)과 배출 경로가 열려 있는 ‘개방각 녹내장’(90%)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개방각 녹내장 가운데 80% 정도가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이면서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있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인 경우(정상 안압 녹내장)가 국내에서 70~80%나 될 정도로 높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에 있어도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이고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강자헌 강동경희대병원 녹내장클리닉 교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은 시야 변화도 서서히 진행돼 말기가 될 때까지 환자 대부분이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다”며 “말기가 되면 마치 터널을 통해 사물을 보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며 악화되면 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녹내장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시야 검사가 필수다. 또한 녹내장이 진행되면 시신경 유두가 손상되거나 망막신경 섬유층이 얇아지므로 이를 알아보는 검사(시신경 유두 검사, 망막신경 섬유층 검사)도 필요하다.
정상 안압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안압을 낮추기 위한 점안제와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안압은 녹내장 진행의 가장 큰 위험 인자이므로 시신경 손상을 최대한 막아 안압을 더 낮추기 위해서다.
강자헌 교수는 “한 가지 약물로 안압이 낮아지지 않으면 다른 계열 약을 병행한다”며 “이렇게 해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병이 진행돼 시신경 기능이 저하되면 시신경 손상을 막기 위해 녹내장 수술을 고려한다”고 했다.
이처럼 녹내장은 자각 증상이 없고 시신경이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려워 조기 검진이 최선이다. 따라서 40세가 넘으면 누구라도 매년 안압 측정 및 안저 검사를 포함하는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근시가 높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젊을 때부터 안과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안압이 높아 생기는 녹내장을 예방하려면 금연이 중요하다. 자전거 타기, 등산, 달리기 등은 좋지만 근력 운동은 좋지 않다. 역기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면 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머리를 아래로 향하는 고난도 요가 동작도 위험하다. 수영도 괜찮지만 수경을 착용하면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트럼펫ㆍ색소폰 등 관악기 연주와 넥타이를 졸라매는 것도 녹내장에 좋지 않다.
김용연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장기ㆍ바둑ㆍ뜨개질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까운 것을 오랫동안 집중해서 보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물구나무서기나 팔굽혀펴기 등도 삼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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